"시진핑, 美뒷마당 중남미서 승리…트럼프 2기선 입지 더 강화"
FT, 정상 단체사진서 바이든 위치 '논란' 등 보도…"中, 페루 창카이항 건설로 위용"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뒷줄 구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줄 정중앙에.
#2. 바이든만 빠진 세계 정상들의 단체 사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찍힌 단 두 장의 사진이 한때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린 중남미 지역에서의 패권경쟁 결과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국 정상의 위치는 알파벳 순이었다는 공식 설명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장에서 늦게 나와서 촬영을 못 했다는 해명이 나오기는 했다고 FT는 부연했다.
흔히 '라틴 아메리카'로 더 익숙한 중남미 지역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전 세계 리튬(57%), 구리(37%), 석유(5분의 1) 매장량의 상당 부분과 담수와 산림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시 주석은 수백 명의 중국 기업인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페루에 도착했다.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 주석은 중국이 수조원을 투자해 건설한 창카이 메가포트(초대형 항만) 개항식에 참석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해상 통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축사하며 자국의 발전된 위용을 과시했다.
이에 반해 백악관의 주인이 두 달 뒤면 바뀐다는 사실을 아무리 감안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페루에 전달하는 '선물'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미국은 마약 퇴치 작전을 위한 블랙호크 헬기 9대를 제공하고, 캘리포니아에서 사용됐던 기관차와 객차 150량을 리마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클 시프터 조지타운대 교수는 "(양국은)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면서 "페루의 잉카제국 당시의 위대함을 떠올리게 하는 초대형 항만 프로젝트와 비교해 바이든 대통령의 헬리콥터는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다"고 꼬집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FT는 짚었다.
국빈 자격으로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를 방문한 시 주석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아우보라다 궁(대통령 관저)에서 회담을 가졌다.
중국의 대 중남미 교역은 2000년 120억달러(약 16조원)에서 20여년 만인 지난해 기준 4천500억달러(약 600조)로 크게 늘었다.
중국-브라질 정상회담이 이뤄진 날 바이든 대통령은 귀국길에 올랐다.
시프터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항해 내세운 '경제 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은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하나, 실질적 투자와 관련된 내용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창카이 항이 건설 중일 때 페루의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알렉스 콘트레라스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것과 중국이 투자하는 것 중에 선택하라면 당연히 누구라도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짚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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