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오피스텔 전환 길 열린 생숙…'합법화'까진 험난한 길
곳곳에서 잔금 납부·입주 거부 등 갈등…계약해제 등 요구로 소송전
이달 말 생숙지원센터 개설하지만 일부는 지구단위계획 변경부터 난색
시세 하락·마피 속출에 갈등 심화…기부채납 등 비용 분담 난제 수두룩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불법 주거용도 사용으로 올해 말부터 대규모 이행강제금 부과 위기에 놓였던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숙) 소유자들이 일단 발등의 불을 껐다.
정부가 올해 말부터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않은 생숙을 주거용으로 쓰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을 3년간 조건부 유예하고, 합법적으로 오피스텔 전환을 유도하는 '구제 절차'를 내놓은 까닭이다.
까다롭던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 기준도 종전보다 한층 완화했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을 포함한 용도변경 절차가 만만찮고, 기부채납 비용 분담을 놓고 적잖은 갈등도 예상돼 '합법화'의 길이 예상보다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오피스텔 전환 길 열렸지만…지구단위계획 변경부터 난관
지난 2020년 9월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에서 분양된 생활형 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이 생숙은 당시 608실 공급에 6만건 이상의 청약이 몰리며 평균 분양 경쟁률이 107대 1에 달한 인기 단지다.
2020년 5월 착공해 올해 6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이 생숙은 이후 5개월이 다 됐지만 입주 가구가 30여가구에 불과하다.
다수의 계약자는 잔금 납부와 입주를 거부한 채 시행사(고려자산개발)와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시행사가 주택이 아닌 생숙을 주택처럼 호도해 허위 과장광고로 사기 분양을 했다는 게 분쟁의 이유다.
실제 분양 계약자들이 공개한 카다로그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의 기능을 결합한 최고급 주거형 생활 숙박시설'이라며 주거가 가능한 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계약자들은 "회사의 말을 믿고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분양받았다"고 주장한다.
입주 기간이 지난 8월 말에 끝나면서 계약자들의 연체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도금 대출 은행으로부터 채권추심이 들어오고, 보유 부동산에는 가압류가 걸리는 등 고통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분양 당시에는 주거시설로 거주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정부가 정책을 변경해 거주를 막은 것"이라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단순 도급사로, 사업과 관련한 책임은 시행사에 있다"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분양 계약자들은 생숙을 주거용으로 쓰기 위해 지난 2년간 오피스텔 전환을 타진했지만 지구단위계획 변경부터 가로막혔다.
해당 부지는 송도국제도시의 업무시설 용지로, 인허가 관청인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의 계획에 따라 오피스텔이 전체 건설 가구의 40%만 허용된다.
이에 따라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경우 전체 608실 중 243실만 오피스텔로 전환이 가능한 것이다.
인천 경자청은 오피스텔 전환을 허용할 경우 특혜 소지가 있다며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자청 관계자는 "오피스텔을 안 짓는 조건으로 생숙을 전체의 90%까지 지은 것인데, 인제 와서 오피스텔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다른 용지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용도변경에 따른 특혜 시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16일 생숙 합법 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숙박업 등록 또는 오피스텔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달 말까지 지자체에 생숙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지구단위계획 변경 및 용도변경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은 기부채납을 전제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전국의 생숙 18만8천실 가운데 숙박업 신고나 용도변경이 되지 않은 생숙 5만1천649실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6만29실 등 총 11만2천실을 용도변경 대상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자체마다 입장이 다르고, 학교나 주거 밀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아 정책 결정까지 적지 않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지난 2022년 3월 부산 오시리아관광단지에 건설된 생숙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는 수분양자들이 국토부 정책에 따라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나 부산도시공사와 부산시가 반대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관광진흥법상 관광단지 내 주거시설 설치가 금지돼 있어 거주 목적의 오피스텔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선 관광단지 전체 기준을 바꿔야 할 판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생숙 분양자들도 문제지만 생숙을 주거로 썼을 때 과밀학급 문제, 교통 유발 등에 대한 불만으로 다른 주민들이 제기하는 역민원도 상당하다"며 "기부채납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범주의 문제를 지자체가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전국 각지에서 분양 계약 해제 소송…비용 분담 등 난제 수두룩
부동산 업계는 지구단위계획 등 용도변경의 걸림돌이 해결된다고 해도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단 생숙의 시세가 하락하고, 곳곳에서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분양 계약자들과 사업 주체간 분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분양한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입주 지정기간이 이달 말까지인데도 입주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이 생숙은 600여명의 분양계약자가 과장 광고 등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엔 부실시공을 문제 삼아 잔금납부와 입주를 거부하고 소송을 이어갈 분위기다.
마곡 르웨스트는 롯데건설을 포함한 시행사측이 주차장 부지 확보 등에 필요한 200억원의 기부채납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허용했고, 전체 생숙이 오피스텔로 전환된 상태다.
이 생숙은 애초 정부가 생숙의 주거 사용을 명확히 금지한 이후에 분양된 것이어서 일각에선 '뗏법'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생숙 관련 집단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전국적으로 50개 사업장이 넘고, 관련 소송 인원도 3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축 규모가 2천554실에 달하는 경기도 안산시의 '힐스테이트 라군인테라스'를 비롯해 구리시 '구리역 더리브드웰', 서울 중구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 충북 청주시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 등도 집단 소송에 휘말려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0∼2021년에 분양된 생활형 숙박시설의 분양가가 높았고, 분양가 대비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넘쳐나다 보니 계약자들의 계약 해제 요구가 많은 상황"이라며 "오피스텔 전환도 문제지만, 시세차익을 얻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어떤 방식이든 보상을 원하는 입주민과 사업 시행자 간의 갈등 해결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문제다.
부동산업계는 876실 규모의 마곡 르웨스트가 주차장 부지 확보를 위해 200억원을 기부채납한 것을 고려할 때 다른 생숙도 최소 100억∼200억원 이상의 기부채납 비용이 드는 곳이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김태규 부회장은 "소방·방화설비 등 안전성능이나 주차장 설치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사업 주체가 부담할 것이냐, 주민들이 갹출할 것이냐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허위 광고 등으로 불완전 판매를 한 사업주체가 비용 분담을 해야 하는데 자금난에 시달리는 시행사가 해결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숙박업 등록을 원하는 입주자와 오피스텔 전환을 요구하는 입주자간 의견을 통합하는 과정도 만만찮은 선결과제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환하면 무주택자는 관계가 없지만 다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주택 수가 늘면서 종부세·양도세 중과 등의 문제가 발생해 오피스텔 전환을 원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생숙 분양계약자는 "숙박시설을 원하는 계약자와 오피스텔을 원하는 계약자가 극명히 갈리는 경우 소방기준이나 통신시설, 주차장 기준 설치비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막막하다"며 "앞으로 이행강제금 부과가 유예되는 3년 동안 지난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