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원숭이들은 기술을 어떻게 배울까…"방법은 동료 행동 관찰"
英 연구팀 "사회적 관용이 집단 내 도구 사용법 등 확산에 중요 역할"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원숭이들은 다른 개체의 행동을 보고 새 기술을 배우며, 개체 간 상호 접근이나 먹이 등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사회적 관용이 학습과 정보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더럼대 레이철 켄들 교수팀은 19일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브라질 세라 다 카피바라 국립공원의 야생 턱수염 카푸친 원숭이 두 무리에 먹이 상자를 설치하고 관찰하는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켄들 교수는 "이 연구는 사회적 관용이 성공적인 개체에 편중될 수 있는 기술이나 정보에 대한 사회적 학습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인간의 문화적 능력을 포함한 영장류의 진화에 힘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숭이 등 야생 영장류에서도 개체들 사이에 서로 행동을 보고 도구 사용법 등을 배우는 사회적 학습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어떤 요인이 사회적 학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턱수염 카푸친(Sapajus libidinosus) 원숭이 두 개 무리를 대상으로 뚜껑을 올려야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상자와 손잡이를 당겨야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상자를 설치하고 관찰했다.
켄들 교수는 "턱수염 카푸친은 원숭이 중 가장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는 사회적 학습으로 기술이 세대 간에 전수되기 때문일 수 있다"며 "개체들 사이에 학습이 일어나는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문제 해결 행동의 학습에서 사회적 관용(social tolerance)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적 관용에 따라 무리 안에서 누가 누구에게 접근이 허용되고 음식이나 정보와 같은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이 부여되는지 결정된다.
관찰 결과 원숭이들은 주로 다른 원숭이가 뚜껑을 열거나 손잡이를 당겨 먹이를 얻는 모습을 직접 관찰해 상자를 여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자 열기에 성공한 원숭이와 평소 서로 털을 골라주는 등 유대관계를 형성한 개체들이 기술을 학습할 가능성이 더 컸고, 어린 원숭이처럼 순진한 개체들도 성공한 수컷을 관찰하고 기술을 배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켄들 교수는 "사회적 관용을 살펴본 결과 서로 몸단장을 해주거나 함께 먹이를 먹는 등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관용 행동을 자주 보이는 원숭이가 다른 개체가 먹이 상자를 열 때도 이를 관찰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사회적 관용이 집단 내 정보 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영장류에서 새 기술 확산에 사회적 관용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영장류의 문화적 능력과 관련된 진화의 힘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PNAS, Rachel Kendal et al., 'Social tolerance and success-biased social learning underlies the cultural transmission of an induced extractive foraging tradition in a wild tool-using primate', https://doi.org/10.1073/pnas.23228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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