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 자리 놓고 '칼싸움'…"트럼프, 마러라고서 면접"
"베센트·러트릭 외에 전 연준 이사·월가 억만장자 가세"
"후보들에게 '관세인상 약속' 요구"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끌 첫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막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속전속결로 고위직 인선을 발표했지만, 재무장관 지명을 두고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주 말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두 후보에 대해 재고하고 있으며 선발 과정을 늦추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주 마러라고(자택)에 후보자들을 불러 면접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두 사람 외에 새로운 재무장관 후보로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와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 마크 로언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주말을 계기로 후보군을 확장해 선택 폭을 넓혔다고 18일 보도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고문들은 재무장관 후보자들에게 관세 인상 계획에 전념하겠다는 확약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 제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 인선과 관련해 "큰 인물"을 원한다고 말해왔으며 월스트리트의 부와 지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산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CEO이자 공동 설립자인 로언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시 전 연준 이사에 대해서는 똑똑하고 잘생겼다고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시 전 이사는 연준 의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베센트는 여전히 재무장관 카드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쪽 측근들 사이에서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앞서 지난 16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발탁하는 것은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러트닉을 공개 지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러트닉이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트닉이 자신을 과도하게 둘러싸고 있으며 본인 목적을 위해 정권 인수 과정을 조종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재무장관직을 둘러싼 러트닉과 베센트의 치열한 경합을 '칼싸움'(knife fight)으로 묘사하며 러트닉이 주 공격자라고 전했다.
재무장관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다른 주요 장관의 속도감 있는 지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할 때 측근들은 새로운 인물이 재무장관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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