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AI는 새 산업혁명 시작…인간형 로봇도 진척 예상"(종합2보)
손정의, 도쿄 AI 행사 대담서 "엔비디아 3번 인수 시도" 에피소드 공개
소프트뱅크·엔비디아, AI 슈퍼컴·AI 통신망 협력 발표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경수현 특파원 =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대표이사(CEO)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13일 대담을 갖고 인공지능(AI)의 최신 동향과 미래 비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양사가 협력해 AI 슈퍼컴퓨터를 만들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소프트뱅크그룹의 엔비디아 인수 시도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황 CEO는 이날 도쿄 엔비디아 AI 서밋 재팬(NVIDIA AI Summit Japan) 행사에서 마련된 손 회장과 대담에서 AI 혁명을 '큰 파도'라고 표현하며 "모든 산업이 영향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업계, 나라에서 독자적인 AI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프라가 필요하고 스타트업에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기업 지원에는 기부도 필요하다"며 AI와 관련해 더 많은 지원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손 회장은 자신이 힘을 쏟고 있는 분야를 AI 로보틱스라고 소개하며 '퍼스널 에이전트'(Personal Agent)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일본의 문화와 행동 방식을 아는 전용 AI가 어릴 때부터 옆에서 인간을 돕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대담에서는 소프트뱅크그룹과 엔비디아의 오랜 인연도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상상해 보라. 소프트뱅크그룹이 우리의 최대 주주였다면…"이라고 말하자 손 회장은 우는 흉내를 내면서 "세 번 (엔비디아 인수를) 시도했다"고 털어놓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손 회장은 2016년 소프트뱅크그룹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을 인수한 다음 날 사석에서 황 CEO에게 엔비디아 인수를 제안했다.
두 번째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016년 12월 엔비디아 주식을 약 5% 취득했다가 2019년 주가가 급락하자 시장 압력에 모두 판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2020년 소프트뱅크그룹이 엔비디아에 암을 매각하는 대신 엔비디아 주식을 약 8%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경쟁법 위반 우려가 제기되면서 결국 2022년 단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5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등 AI 시대 최대 승자로 꼽힌다.
소프트뱅크그룹도 자회사로 암을 보유하고 있으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하는 등 AI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황 CEO는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소프트뱅크그룹 등 일본과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
그는 "TSMC는 뛰어난 회사이지만 기업이 탄력성을 갖추려면 공급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거점 분산 필요성을 언급했다.
엔비디아는 AI에 핵심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지만 생산은 대만 TSMC에 위탁하고 있다.
그는 또 일본 홋카이도에서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제조를 위탁할지 질문받지 "라피더스에 신뢰를 둔다"며 "그때가 온다면 명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라피더스가 엔비디아의 미래 생산위탁 선택지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라고 닛케이는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된 라피더스는 2027년 최첨단 2나노(㎚·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 CEO는 "일본 기업과 협력해 AI 혁명에서 우위를 취해 가고 싶다"며 "일본에 개발 거점을 개설하는 것은 환영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본 기업을 지원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한편, 소프트뱅크그룹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반도체를 탑재한 일본 내 최고 성능의 AI 슈퍼컴퓨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컴퓨터 프로세서와 이른바 AI 가속기 칩을 결합한 엔비디아의 DGX B200 제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두 기업은 또 엔비디아 설비를 이용한 AI 통신망(AI 랜)도 구축하는 등 협력할 예정이다.
황 CEO는 "앞으로 일본 전역에 걸쳐 AI 통신망이 구축될 것"이라면서 "기존의 통신 네트워크는 AI 네트워크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AI 정보 처리에서 데이터센터를 거치지 않고 휴대전화 기지국을 활용하는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을 가속할 계획이라고 NHK는 전했다.
황 CEO는 이날 "AI 혁신은 디지털에서 피지컬로 확산할 것"이라며 로봇과 AI를 조합한 기술 혁신의 진전도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5년간은 인간형 로봇 진화가 큰 진척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 아톰, 건담 등을 언급하면서 "로보틱스 영역에서 일본보다 우수한 나라는 없다"며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는 내용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AI에서는 거대기업이 아직 없고 지금은 리셋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라며 "로보틱스와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일본은 AI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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