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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일각 '트럼프 악연' 종식론…온건파 정부에 "역사적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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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일각 '트럼프 악연' 종식론…온건파 정부에 "역사적 기회"
NYT "이란 개혁파 '관계 재설정 적기' 기류"
이란 대통령에 '과거 실책 피해야' 사설도…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입장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란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집권을 오히려 양국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이란 내 일각에서 일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의 전직 관리들, 전문가들, 신문 사설들 중 많은 수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주부터 이란 정부에 트럼프와의 대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란 개혁파 일간지 중 가장 유력한 샤르그(Shargh)는 1면 사설에서 취임 3개월여 된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과거의 실책을 피해야 하며, 실용적이고 다차원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의견에 현 정부 인사들 중 동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익명을 조건으로 NYT의 취재에 응한 이란 정부 관계자들 5명의 얘기다.
취재원들은 트럼프가 남들이 실패한 곳에서 자신이 합의를 이뤄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화당 내에 친(親) 트럼프 세력이 확고하므로, 만약 트럼프 2기에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이뤄낸다면 지속성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는 이란이 미국과 오래된 현안들을 타결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관계를 수립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 시절 대통령 정치고문을 지낸 전직 고위 외교관 하미드 아부탈레비는 페제시키안 대통령 앞으로 보낸 공개편지에서 "이란-미국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번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 실용적이고 전향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여서, 이런 의견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하메네이는 트럼프 1기 때 미국과의 협상을 금지한 바 있으며,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협상 재개를 추진하려면 하메네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란 내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 일부 인사들을 포함한 보수파들의 반발도 거셀 수 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IRGC가 배후에 있는 해커들은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거짓 정보를 온라인에 퍼뜨렸다.


또 지난 8일 미국 법무부는 이란에 거주하는 파르하드 샤케리(51)가 IRGC로부터 트럼프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란 측은 이런 미국 측 발표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9일 X에 글을 올려 이런 혐의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란은 미국민들의 대통령 선택을 존중하며 이란과 미국이 나아갈 길은 상호존중과 신뢰구축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 내 강경파와 친밀한 사이로 알려진 보수성향 분석가 레자 살레히는 이란의 새 정부가 트럼프와 협상을 벌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IRGC 사령관이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2020년에 암살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람이 바로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트럼프였기 때문이다.
테헤란 시(市)정부가 운영하는 보수 일간지 함샤흐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찬 모습의 합성사진을 1면에 싣고 '살인자의 귀환'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에 대해 살레히는 "이런 입장에는 반대다. 전임자(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에 비하면 트럼프가 이란에 이로울 것"이라면서 "그는 합의를 이뤄내는 것을 좋아하며,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며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싫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 트럼프 2기 미국의 외교정책의 판세는 대(對) 이란 정책과 중동 정책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 단계에서 트럼프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으며 최근 이란 관련 발언에서도 강경론과 온건론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기 집권기에 이란에 대해 적대적 정책을 폈다.
그는 이란이 버락 오바마 집권기인 2015년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과 체결했던 핵 협정에서 2018년에 탈퇴하고 이란에 '최대 압박'으로 불리는 강한 경제제재를 가했으며, 솔레이마니 암살을 지시해 2020년 1월에 성공시켰다.
limhwas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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