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중앙은행 의장에 여권 인사 내정…독립성 논란 확대
정부-중앙은행 금리 인하 놓고 충돌…"정치적 간섭 우려"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 정부와 중앙은행(BOT)의 갈등 속에 BOT 이사회 의장에 친정부 인사가 내정돼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BOT 이사회 의장 선출위원회는 전날 키티랏 나 라농 전 재무부 장관을 차기 의장으로 지명했다.
키티랏 전 장관은 현 집권당인 프아타이당 부대표, 수석경제전략가였으며 패통탄 친나왓 총리 전임인 세타 타위신 총리 고문을 맡은 바 있다.
그는 2012∼2014년 재무부 장관 재직 당시 통화 정책을 놓고 BOT와 충돌했으며, 최근에도 BOT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금리 정책을 비판해왔다.
선출위원회는 전날 차기 의장을 지명했다며 내각과 국왕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고 밝혔으나 내정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와 현지 매체들은 키티랏 전 장관이 내정됐다고 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BOT 이사회 의장은 직접 통화정책에 개입할 수 없으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을 이사회가 선임한다. BOT 총재 임명 등에도 이사회 의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 태국 정부는 BOT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
세타 타위신 전 총리는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BOT은 이를 거부하고 금리를 동결했고, 정부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BOT를 압박했다.
결국 BOT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는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었다.
이후에도 정부는 추가 인하를 요구했고, BOT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조해왔다.
키티랏 전 장관의 BOT 의장 내정설이 나오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이 더 커졌다.
전직 BOT 총재 4명과 경제학자 830명이 키티랏 전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전날에도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간섭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키티랏 전 장관 임명이 BOT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약 5만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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