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산업 휘청…"팬데믹 이후 최악의 판매 부진"
'트럼프 관세'도 예고…"위기 계속되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독일 자동차 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판매 부진으로 독일 경제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타격을 입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ifo 경제연구소 설문 조사 결과 독일의 자동차업체 5분의 2 이상이 주문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여파가 이어지던 202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향후 주문에 대한 기대치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ifo 경제연구소의 안티아 뵐플은 독일 자동차산업 부진의 배경에 대해 "특히 유럽 외부로부터 비롯된 경쟁 심화가 독일 자동차산업에 점점 더 타격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독일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장벽을 높였다.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인해 중국 제조업체들이 유럽의 산업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자동차산업은 여전히 높은 에너지 비용과 전기차 전환 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해온 독일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또 대중국 수출은 독일 경제 성장의 '엔진'이었지만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예전의 모멘텀을 되찾지 못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3개 공장을 폐쇄하고 다른 공장도 축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아우디 역시 수천개의 일자리 감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셰플러는 이번 주 초 저조한 수요와 과잉 공급 등을 이유로 4천700명의 감원 조치를 발표했다.
사태는 더욱 악화할 소지를 안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독일도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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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경제학자들은 독일이 전통적 산업 기반을 수출에 두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자동차 관세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독일 정치 상황도 혼란스럽다.
경제정책을 두고 내홍을 빚어온 독일의 연립정부(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갈길 바쁜 숄츠 총리의 발길을 잡고 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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