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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2기] ③ 환율·금리·물가 다시 비상…'新 3高' 닥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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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2기] ③ 환율·금리·물가 다시 비상…'新 3高' 닥치나
고관세·재정지출 등에 美 물가 오르면 금리인하 속도 더뎌질수도
원화가치 하락에 수입·소비자물가↑…피벗 효과 축소로 취약계층 부담 지속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우리나라 경제·금융의 주요 3대 변수인 환율·금리·물가가 모두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한국에서 이어진 통화 긴축의 결과로 물가는 안정되고, 이에 따라 불과 한두 달 전 두 나라 중앙은행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금리와 원/달러 환율도 낮아지는 추세였지만, 미 대통령 선거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실행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시장금리도 더 떨어지지 않거나 다시 오르며 기조적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어렵게 1%대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 달러 강세·한국 수출 타격 등에…연말 1,430원 전망도
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 개표가 시작된 6일 1,404원까지 뛰며 약 7개월 만에 다시 1,400원대를 밟았고, 7일에도 뚜렷하게 낮아지지 않고 1,400원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8일에는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1,386.4원)가 하루 사이 10원 넘게 내려 다소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9일 야간 거래에서 새벽 2시 1,395.30원까지 올라 다시 1.400원선에 바싹 다가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원화 약세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짧게는 수개월간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미 정책 리스크(위험)에 연동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선거공약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 평균 환율은 2022년 1.292원, 2023년 1,305원, 2024년 지금까지 1,355원 안팎이지만 내년 평균은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고환율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은 지정학적 리스크, 아시아 통화 약세, 견조한 미국 경기 등을 반영해 지난달 상승 전환한 뒤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는 데다 트럼프의 관세, 감세, 반(反)이민 정책 기조가 미 금리 상승을 유도하는 만큼 내년 초까지는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미 재무부·미국무역대표부(USTR) 인사 결정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이어져 올해 말까지 1,360∼1,430원, 내년 1분기 1,350∼1,42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외환)파생 전문위원 역시 올해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20원(범위 1.360∼1.420원)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평균 1,360원 수준에서 높게는 1,400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1,400원 부근에서 시장의 저항이나 당국의 일부 개입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달러인덱스가 106.5 수준까지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만큼, 환율 상단 예상치를 1,420원까지 열어 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그룹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재선 이후 중국과의 갈등이 심해지면 수출 의존형 국가인 한국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그 결과 환율도 1,400원을 넘어 1.42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연준 금리 인하 내년 상반기 끝날수도"…한은 완화 속도에도 영향
앞서 9월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피벗)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2020년 닥친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단행한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 강화(물가상승세 확대)로 이어지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를 높여 물가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통화 긴축 기조는 올해 하반기에 완화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막 출발한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주기)에서 인하 폭과 속도가 트럼프 재선으로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문제만 부상하지 않으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 연 4.50∼4.75%에서 내년 말 연 3.00∼3.50%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트럼프의 공약이 실제로 실행돼 물가 불안을 자극할 경우, 연준은 금리를 더는 내리지 않거나 다시 인상 기조로 선회할 위험까지 있다"고 진단했다.
조한조 농협은행 NHAll100자문센터 애널리스트도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더 낮출 것"이라며 "하지만 이후 트럼프 정부가 공약대로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재정지출을 늘리면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 3분기까지 세 차례 정도에 그치고 하반기에는 종료 가능성까지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채 1년도 이어지지 않고 일찍 끝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서 3년 2개월 만에 통화 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로 튼 한은 역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기가 어려워진다.
미국이 인하를 머뭇거리는데 한국만 금리를 더 낮춰 완화 속도를 높일 경우, 현재 1.50%p인 한국(3.50%)과 미국(4.50∼4.75%)의 금리 격차가 벌어져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분석을 반영해 국내외 시장금리도 트럼프 재선을 전후로 오르는 추세다.
7일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 7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연 4.5%에 근접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낮춘 8일에도 10년물은 연 4.3%대로 떨어졌지만 2년물은 오히려 올라 연 4.3%에 다가섰다.
서울 채권 시장에서도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진 6일 오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2.952%)는 전 거래일보다 3.5bp(1bp=0.01%포인트) 올랐다. 10년물(3.119%)과 30년물(2.931%)도 각 4.4bp, 1.9bp 높아졌다. 다만 이후 7일과 8일에는 미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 등에 한국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부터 들썩였다. 10월 말 기준 3년물 국고채 금리는(2.936%) 9월보다 12.5bp(1bp=0.01%포인트) 뛰었고, 5년물(2.998%)과 10년물(3.100%)도 각 11.1bp와 10.8bp 높아졌다.


◇ 수입가격 상승에 물가 재불안 가능성…한은 통화완화 효과 더 줄어들듯
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도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뛰면 달러 기준으로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들여와야 하는 만큼, 높아진 수입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지난 7일 경상수지 브리핑에서 "환율이 많이 오르면 원유 등 원자재 수입액이 늘어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도 한은 조사국이 더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 전망에 반영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9월(1.6%)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일 뿐 아니라,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최근 3년여간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고통을 감수하면서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린 긴축의 결과다.
이 1%대 물가를 근거로 결국 한은도 지난달 피벗에 나섰고, 정부와 여당은 내수 부진 등 경기·성장을 고려해 더 금리를 낮추라고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재선으로 환율·물가 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불안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을 경우, 한은 통화정책도 미국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며 "더구나 현재 대출금리는 건전성 관리 등으로 하방이 제한돼 당분간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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