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화재·고령운전자 사고, 첨단기술로 줄여 갑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첨단차검사연구센터·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공개
전기차 하체 스캔·KADIS 등 신기술 시연…고령 운전 신체상태 체험도
(김천·상주=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지난 8일 경북 김천시 한국교통안전공단(TS)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 마치 바닥에 형광등을 끼운 듯 일자로 길게 빛이 나는 지점 위로 전기차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한 대가 서서히 이동했다.
이내 평소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전기차 아랫부분의 배터리 팩 커버가 차 옆의 대형 모니터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바닥에 매립 방식으로 설치된 스캔 장비 덕에 차를 들어 올리거나 카메라를 차체 아래에 집어넣는 등의 번거로운 작업은 필요 없었다.
김용국 공단 첨단검사기술처 부장은 "하체 스캔 장비를 통해 차주들이 배터리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긁히거나 찍힌 자국을 손쉽게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최근 친환경차 특화 검사 시설을 갖춘 서울 마포구 성산자동차검사소에 처음 설치됐다. 올해 연말까지 서울 구로검사소와 부산 해운대검사소에도 추가될 예정이다.
교통안전공단은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 팸투어를 통해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와 경북 상주시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등 주요 산하 시설에서 이뤄지는 교통안전 개선 노력을 소개했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에서는 전기차 정밀 검사 장치인 전자장치진단기(KADIS)의 시연을 볼 수 있었다. 이 장치는 공단이 2022년 8월 자체 개발한 것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영상을 찍는 것처럼 차량을 분해하지 않고도 안전 상태를 정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연구센터 직원이 차체 절연 검사를 한 뒤 코나 일렉트릭 운전석 아래의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하자 수백 가지에 달하는 전기차 부품과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가 화면에 표시됐다.
약 14분이 걸린 진단 작업을 통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정보는 물론 모터와 전자식 변속 레버, 에어백 센서 등을 샅샅이 살필 수 있었다. 특히 배터리는 약 100개의 셀에 대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전압 상태를 확인했다.
KADIS는 현재 전국의 공단 산하 자동차검사소 60곳에 모두 설치돼 있지만, 민간 검사소 1천892곳 중에는 약 3분의 1인 612곳만 보유하고 있다. 공단은 민간 검사소와 KADIS 진단기 제조사 등과의 협업을 통해 설치 확산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센터 한쪽에서는 공단이 전기차 안전성을 더 높이기 위해 개발 중인 장치도 엿볼 수 있었다. 정지 상태에서만 적용하는 KADIS에서 나아가 차가 달리는 도중에도 배터리 온도와 셀 전압 등을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전기차 부하 검사 장비'(가칭)이다.
이 장치는 전기차의 네 바퀴를 각각 끼울 수 있는 총 네 쌍의 원통이 바닥에 매립된 모습이었다. 마치 자동차가 올라가 달릴 수 있는 러닝머신과 같았다.
시험용 현대차 포터Ⅱ 일렉트릭의 네 바퀴가 이 장치에 올라가 미리 설정된 시속 80㎞까지 속도를 높이자, 전압이 순간 300V까지 높아졌으나 배터리 셀 온도는 허용 범위를 유지했다.
김현준 공단 첨단연구개발처 차장은 "주행 중 추출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터리 화재와 직접 연관된 요소인 배터리 셀 균등화 정도(SoB) 데이터를 고객과 공유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성산검사소에 이 장비를 보급한 뒤 약 2년간의 실증을 거쳐 최종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센터에서는 주차 타워 내에서 차량에 불이 날 경우 자동으로 지하 수조로 이동시켜 불을 끄는 장치와, 자율주행차 주행 시뮬레이터 검사 장비(KADAS) 등의 첨단 자동차 검사 장비 등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의 안전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앞서 지난 7일 찾은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신체 상태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총 20㎏에 달하는 무겁고 딱딱한 체험복을 팔다리와 몸통에 각각 착용하자 허리가 절로 굽었다. 근력은 약해지고 관절은 뻣뻣해진 신체 상태가 온몸으로 체감됐다.
기자가 이 체험복을 입고 운전석에 앉아 보니 페달을 밟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거나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기본적인 동작도 힘에 부쳤다. 안전 우려로 노인의 시야를 재현한 녹내장 등 체험 안경은 쓰지 않았는데도 평소보다 정지 신호에 반응하는 속도가 몇 초는 느려진 듯했다.
공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비중은 29.2%(745명)로, 지난 2019년 대비 6.2%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논의도 제기되지만, 생계형 고령 운전자나 농촌 등 교통 소외지역 운전자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공단은 이에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페달 오조작 방지 및 사각지대 감지·제한속도 준수 장치 등 첨단 장치의 보급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령 운전자뿐 아니라 고령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시설 개선, 교육 등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공단의 목표는 올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시청역 역주행, 청라 전기차 화재 등의 사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교통 안전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정용식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365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스마트 교통안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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