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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 과징금 폭탄…빅테크 '갑질'에 각국 규제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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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 과징금 폭탄…빅테크 '갑질'에 각국 규제 칼날
EU, 강력한 '디지털시장법' 애플에 첫 적용할 듯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지연에 각국 개별 과세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시장 규제법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빅테크 기업들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이른바 '빅테크 갑질'을 막기 위해 최근 5년 새 각국에서 빅테크 규제법이 속속 등장했다.
유럽은 빅테크에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하고 첫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빅테크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이 지연되면서 개별적으로 과세를 추진하는 국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

◇ 플랫폼 규제 선두주자 EU, '빅테크 갑질 방지법' 첫 적용 앞둬
10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애플에 DMA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이 과징금을 받으면 DMA를 적용한 첫 사례가 된다. 애플이 그간 앱스토어에서 앱 개발자에게 외부로 연결하는 링크 사용을 제한하고 인앱 결제를 강제한 것은 DMA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EU 당국이 내린 잠정 결론이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사전에 지정해 폐쇄적인 운영 방식을 바꾸게 하는 소위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지난 3월 시행됐다.
최근 3년간 각 회계연도의 연간 유럽 매출액이 75억 유로 이상인 경우 등 기준에 부합하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다. 현재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바이트댄스가 지정됐다
게이트 키퍼 기업이 DMA를 위반하면 전 세계 매출의 최고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반복적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과징금이 최고 20%까지 오른다.
게이트 키퍼 기업들은 DMA에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를 손보고 있다. 구글은 항공권을 검색할 때 자체 예매 서비스 결과만 뜨던 것을 여러 예매 대행 사이트 목록이 나타나도록 개선했다.
과징금 부과 위기에 몰린 애플은 자체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하던 것을 외부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허용했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도 빅테크를 규제한다. DSA는 온라인 허위 정보와 유해·불법 상품 또는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법이다.
최근에는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 테무가 불법 상품 판매 방지를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한 공식 조사를 앞뒀다고 알려졌으며, 7월에는 엑스(X·옛 트위터)가 허위·불법콘텐츠 확산 방지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 9월에는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불법적인 법인세 혜택을 받았고, 구글이 자사 비교쇼핑 서비스를 우선 표시·배치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EU 집행위의 판단을 인정하는 등 EU의 규제 강화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 비준 시한 넘긴 디지털세…각국 개별 과세 움직임
빅테크가 법인세율이 낮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는 국제사회 차원의 법인 디지털세가 비준 시한을 넘기면서, 각국은 저마다 과세 정책을 검토 중이다.
디지털세는 빅테크가 연간 최대 2천400억 달러(약 336조원) 규모의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약 140개국이 논의에 참여했다.
이 조약이 발효하려면 미국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공화당에서 조약에 반대하면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세수 확보를 위해 개별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디지털세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디지털세와 유사한 디지털 서비스세를 개별적으로 시행했다.
캐나다도 최근 대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시행했으며 뉴질랜드는 내년부터 유사한 세금을 도입할 방침이다.
미국이 디지털세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대다수 빅테크가 자국 기업인 만큼 이들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방해할 여지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빅테크에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적용해왔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이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표적으로 미 법무부는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완화하고자 사업 일부를 매각해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에서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애플·삼성전자 등에 수십억 달러를 지급해 반독점법을 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막았다며 또 다른 소송도 진행 중이다.
애플도 지난 3월 애플 생태계가 소비자 권리를 제한한다며 미 법무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이 시장을 독점해 소비자에게 나쁜 서비스에 많은 돈을 내도록 하고, 판매자에게는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게 했다며 지난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2020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인스타그램·왓츠앱을 불법 인수하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재당선으로 인해 이 같은 빅테크 규제 기조가 완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 이번 선거에서 승리 시 디지털세 조약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반독점 소송에서 진 구글의 해체론을 주장해온 만큼, 방향성이 달라질 뿐 빅테크 규제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2021년부터 플랫폼 감독을 강화했으나 최근에는 빅테크 성장을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내년 중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을 시행해 구글, 애플 등의 앱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을 예정이다.

◇ 토종 플랫폼 강한 한국…"신중하고 종합적인 대응 필요"
국내에서는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을 사후 추정 방식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토종 플랫폼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는 만큼, 규제가 토종 기업의 성장을 막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자율규제 원칙을 고수해왔다"며 "유럽과 달리 토종 플랫폼이 우세한 만큼 정책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 신중하고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정을 추진하지 말고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계속 독과점을 다스리자는 주장과 자율 규제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업계는 최근 플랫폼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요청했다.
과기정통부가 발의한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 기구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이다.
hyun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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