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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1.400원대 환율 굳어질까…당국 "수준보다 변동성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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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1.400원대 환율 굳어질까…당국 "수준보다 변동성 관리"
7개월만에 1.400원대…전문가들 "연내 1,420원 가능성 열어놔야"
한은 총재 "환율 특정수준 목표 없다"…외환당국, 급등 아니면 1,400원대 용인 가능성
11월에만 달러 대비 원화 1.59%↓…다른 통화보다 낙폭 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준서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우리나라 경제·금융에서 환율 관련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실행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기조적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치 하락)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내 원/달러 환율이 1.420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뛰면 수입액이 늘어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최근 어렵게 1%대로 진정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이른바 외환 당국이 어느 정도 수준을 '적정 환율'로 염두에 두고 방어에 나설지 주목된다.



◇ "트럼프 관세발 물가 상승에 연준 금리인하 늦춰지면 달러강세 불가피"
7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6일 하루에만 25원 이상 뛰어 오후 8시 50분께 1,404원에 이른 뒤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4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다시 1,400원대로 치솟은 것은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정책·공약이 대부분 달러 강세(가치 상승) 요인이기 때문이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확정적 재정정책이나 반(反)이민 기조 등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며 "아울러 중국 견제에 따른 무역갈등 심화 가능성도 원화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선 전에도 트럼프 당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달러 강세 현상이 심해졌다"며 "공약대로 높은 세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일찍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무역 갈등도 원화에 타격" 우려…"2016년과 달리 달러강세 2주에 그칠것" 전망도
더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달러 상승이 미국 대선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구조적으로 원화가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외환)파생 전문위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 범위를 1.360∼1.420원으로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에도 1천330∼1,400원 범위에서 움직여 평균 1.360원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1,400원 부근에서 시장의 저항이나 당국의 일부 개입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달러인덱스가 106.5 수준까지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만큼, 환율 상단 예상치를 1,420원까지 열어 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미 대통령직과 상·하원을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이 모두 가져가는 '레드스윕'(Red Sweep·공화당 싹쓸이)을 가정하면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10원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당선 때와 달리 파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의 경우 외환시장이 트럼프 당선에 미처 대비하지 못해 연말까지 2개월간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며 "이번에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이미 외환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1∼2주 정도 원/달러 환율이 오른 뒤 되돌림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 역시 "원/달러 환율은 4분기 중 1,400원을 웃돌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10월 중순 이후 시장에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반영됐기 때문에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6∼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도 환율 흐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내일 FOMC 후 예상대로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 결정이 발표되면 한미간 금리 격차가 줄면서 환율이 다시 1,380원대까지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정부·한은 '1,400원대 방어'보다 변동성 축소에 초점
1.400원대 환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외환 당국이 인위적으로 달러를 풀어 환율을 다시 1,300원대로 끌어내릴지도 관심사다.
일단 6일 이후 아직은 당국의 뚜렷한 개입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환시장 관계자는 "어제 1.400원 선에서 환율이 더 심하게 뛰지 않은 것은 기업들에서 네고(달러매도) 물량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환율은 6일 오후 3시 30분 마감된 주간 거래에서는 1,399.7원까지 올랐다가 내려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금까지 수 차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특정 환율 수준을 타겟(목표)으로 관리하지 않는다. 변동성이 커지는지,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절하(가치 하락)됐는지가 중요하다"는 시각을 강조한 바 있다.
단순히 1,400원을 넘는지 여부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외환 당국이 원화 약세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처지다.
환율이 뛰면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원유 등을 수입해야 하고, 이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수입 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물가까지 다시 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환위기 당시 등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대외부채 상환 부담에 따른 신용 리스크(위험)까지 커졌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대외금융자산이 대외금융부채보다 많은 '순자산국'인만큼 환율 변화로 경제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취약하지는 않다는 게 이 총재와 한은의 설명이다.
이런 여러 상황으로 미뤄 외환 당국은 1,400원 등의 구체적 환율 방어선을 설정하기보다, 지나치게 큰 변동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급등락할 경우 속도를 줄이는 이른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방식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겠다"며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단계별 대응계획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 1년간 원화 실질실효환율 낙폭, 달러·유로·위안보다 커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 미국 경기 호황, 안전자산 선호 등 어떤 이유에서나 달러만 강세고 원화뿐 아니라 다른 통화들의 상대적 가치가 모두 비슷하게 떨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원화 가치 하락 폭은 다른 통화들에 견줘도 다소 큰 편이다.
이달 들어 6일까지 주요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률을 보면, 원화의 낙폭(-1.59%)이 가장 컸다. 엔화(-0.84%)·유로(-1.20%)·대만달러(-0.82%)·중국 위안화(-0.65%)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작년 연말과 비교해도 원화의 하락률(-7.95%)은 일본 엔화(-8.31%) 다음으로 높았다. 유로(-3.15%)·대만달러(-4.47%)·중국 위안(-1.0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는 원화 가치 절하가 더 두드러진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 나타내는 환율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9월 말 기준 94.7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46 포인트(p) 떨어졌다.
미국 달러(-0.43p)·유로(-0.12p)·중국 위안(-0.88p) 등을 크게 웃도는 하락 폭이다. 일본 엔(+1.49p)은 오히려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올랐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트럼프 당선 이후 수출 부문 타격을 보완하려고 내수 활성 차원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고 이것이 원화 약세를 부추길 것"이라며 "이에 더해 무역수지 흑자까지 줄어들면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상승 압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shk999@yna.co.kr, jun@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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