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기후변화 불신 주도할듯…지구촌 기후대응에 대형악재
트럼프, 파리협정 탈퇴에 청정에너지 '녹색사기극' 폄하 이력
당장 기후총회에 충격…미국엔 환경당국 구조조정·화석연료 장려책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함에 따라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주 예정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 그림자가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후 회담'으로 불리는 COP이지만 11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엔 이미 많은 정치 지도자와 기업인들이 불참을 통보했다.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겹친 미 대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6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참석을 예고했지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블랙록,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치뱅크의 수장들도 불참 예정이다. 2020년 유엔 특사로 임명돼 활동이 두드러졌던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BOE) 총재도 참석하지 않는다.
올해 COP29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의 녹색 에너지 시스템 구축과 온난화 적응을 돕기 위한 새 기후금융 목표 합의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자 국제 금융기관의 주요 주주인 미국의 참여가 필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이러한 목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20개국(G20)의 한 기후 협상가는 "우리 모두 지금 COP에 가야하는가?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기후 변화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그는 세계화나 다자주의의 열렬한 지지자가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위기론을 부정하고 재생에너지를 폄하하는 동시에 화석에너지의 무제한 생산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집권 1기 시절, 그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모든 주요 기후 규정을 포함해 환경 관련 100개 이상의 규정을 철회했다. 195개국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협력하기로 한 2015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도 탈퇴했다.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캠프 측은 재집권시 다시 파리협정에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조 바이든 정부의 개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신종 녹색 사기'로 규정, 당선 후 이를 폐기하고 아직 집행하지 않은 예산을 모두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청정에너지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전기차 등에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 왔다.
이러한 입장은 화석연료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화석연료 옹호단체 '파워 더 퓨처'(Power the Future)는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후 성명을 내고 "녹색 뉴딜에 대한 우리의 오랜 국가적 악몽이 마침내 끝났다"며 "이번 결과가 가족보다 녹색 의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정치인들에게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이행시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분석 사이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그의 석유 및 가스 시추 장려 정책은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40억t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1기에서 환경보호청장 보좌관을 지낸 맨디 구나세카라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환경보호청 직원들은 '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관의 사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사무실에 있다면, 이를 계속 운영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엄격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우군들이 IRA로 혜택을 보고 있어 IRA 폐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IRA로 지금까지 지출된 돈의 약 80%가 의회 공화당 소속 의원 지역구로 흘러갔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 지역 의원들과 기업인들은 지역 투자와 일자리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도 전반적인 추세는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유엔 기후 책임자로서 파리협정을 주도했던 크리스티나 피게레스는 FT에 "청정에너지 기술은 화석연료를 계속해서 넘어설 것"이라며 "더 건강하고 빠르고 깨끗하고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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