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그린벨트 풀어 주택 공급…정부 "과거 같은 로또아파트 없을 것"
주택 공급 의지 보여주려 서울도 보금자리주택 후 12년 만에 그린벨트 해제
2만가구 서울 서리풀 물량 적어 시장 영향 크지 않을 듯
3기 신도시 분양에는 지장 줄 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도심 주택공급 확충을 위해 서울을 포함한 그린벨트(GB·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다시 본격화한다.
서울은 이명박 정부의 주택 공약인 '보금자리주택' 사업 이후 12년 만의 그린벨트 해제다.
부동산 시장은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사업에 나서는 것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수요 흡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과거 보금자리주택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 김대중 정부부터 그린벨트 해제 본격화…보금자리주택은 전셋값 급등·분양침체 부작용
1971년 박정희 정부 때 도시 과밀화 방지와 자연환경 보전, 상수원 보호 등의 이유로 전국의 5천397㎢의 녹지 등이 그린벨트로 묶인 이후 대대적인 해제에 나선 것은 김대중 정부 때다.
지정 당시 '각도기를 돌려서 집단 취락지역까지 마구잡이로 지정했다'는 불만과 함께 해제와 관련한 민원이 쇄도함에 따라 주민 자체 개발과 토지 이용에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도심의 허파', '녹색 성역' 등으로 불린 그린벨트가 절대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진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춘천, 전주 등 7개 중소도시권의 집단취락지역 등을 중심으로 781㎢의 그린벨트를 풀었다. 수도권 등 7개 대도시권의 그린벨트는 유지하는 대신 단계적 해제 계획을 세웠다.
대규모 주택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그린벨트 해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다.
당시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부지에 그린벨트가 많이 포함되면서 전국적으로 총 654㎢의 그린벨트가 풀렸다.
이명박 정부 때는 '반값 아파트' 건설을 명분으로 서울의 그린벨트에도 손을 댔다.
MB정부는 임기 내인 2012년까지 수도권에 32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그린벨트 해제와 주택 인허가라는 속도전을 감행했다.
서울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해 집값 안정과 도심내 주택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와 맞물리며 보금자리주택은 초기부터 많은 난관과 부작용에 직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이 하락하고 주택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반값 아파트 공급 계획은 주택 대기수요를 양산했다.
이로 인해 집값은 하락하는 대신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분양시장까지 침체에 빠뜨렸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본격화한 2009년부터 2012년 말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누적 5.82% 하락하는 동안 전셋값은 32.96% 폭등하며 전세난이 심화했다.
건설업계는 주택시장 침체의 원인인 보금자리주택을 폐지해야 한다며 신규 주택 사업 추진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당초 공언했던 '반값 아파트'는 시범지구였던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에만 적용됐고, 다른 지역은 보상 가격 상승, 주택시장 정상화 등 현실적인 문제가 겹치며 분양가를 시세의 70∼80% 선으로 상향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녹지 훼손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는 물론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도 부딪혔다.
임대주택이 절반 정도 차지하다 보니 집값 하락을 이유로 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님비(Not in my backyard·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심화했다.
보금자리주택을 총괄하는 LH는 대규모 택지 보상 문제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보금자리주택지구는 공공주택지구로 이름이 바뀌었고, 경기 등지에선 일부 그린벨트 지역을 포함한 택지 조성이 이뤄졌지만 서울의 그린벨트는 이후에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반대로 빗장이 걸렸다.
◇ 정부 "로또아파트 없게 하겠다"…3기 신도시 분양에 지장 줄 수도
이번에 정부가 서울지역까지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주택 공급 의지를 확고히 해 공급 부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서울의 정비사업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대못 규제와 함께 공사비 상승과 과도한 공공기여 등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도심 주거 확대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가 앞으로 주택 가격 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린벨트는 행위 제한 등으로 인해 공시지가가 주변 시세보다 싼 것이 보통이어서 토지 보상비와 조성원가가 일반 공공택지보다 낮게 공급될 수 있어서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서울 서리풀지구와 고양 대곡역세권·의정부 용현지구는 98% 이상이 그린벨트 지역이다.
일각에선 그린벨트 해제 택지에서 분양가가 싸게 공급되면 현재 경쟁 관계에 놓인 3기 신도시 등 다른 택지지구의 수요를 뺏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이번에 밝힌 서울 2만가구 포함한 5만가구 외에 추가로 내년에 서울 외 경기 등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3만가구 규모의 택지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에 발표한 서울 서리풀이나 고양·의왕·의정부 지역은 주택수요가 많은 곳이어서 인기를 끌 것"이라며 "추가 부지의 입지를 봐야겠지만 입지 여건에 따라 3기 신도시를 외면하고 그린벨트 해제지역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그린벨트 해제가 과거 보금자리주택처럼 매매 및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서울은 분양 물량이 많지 않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서초구 원지·내곡동 일대 조성하는 서리풀지구내 2만가구의 55%(1만1천가구)를 신혼부부 등에게 저출산 대책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나머지 9천가구의 일부도 국토부가 추진하는 통합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해, 청약 수요가 기대하는 공공 또는 민간의 분양물량은 5천∼6천가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 등 경기지역 그린벨트 부지는 앞으로 주택 공급과 시장 상황을 봐가며 물량계획을 구체화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또 과거 반값 아파트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수분양자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이 돌아가지 않는 선에서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과거와 같은 '로또 아파트'가 양산될 가능성은 없게 하겠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분양가가 책정되고, 현재 공공주택 뉴홈 역시 시세차익을 정부와 수분양자가 공유하는 환수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과거 보금자리주택처럼 수분양자가 모든 시세차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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