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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예금받는 은행이 신뢰를 잃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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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예금받는 은행이 신뢰를 잃으면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1. 지난 6월 우리은행의 한 지점 직원이 대출신청서 등 서류를 위조해 100억원가량을 횡령했다가 구속됐다. 우리은행은 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게 616억원을 대출해준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달엔 허위 서류 제출로 55억원 규모의 오피스텔 분양대금 대출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고 우리은행 스스로 밝혔다. KB국민은행에서도 올해 주택담보대출 취급 때 대출자의 소득이나 임대료를 부풀려서 대출을 정상보다 많이 내준 배임 사고가 잇따라 적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액은 1천800억원이 넘었는데 이중 은행이 1천5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 2013년 동양그룹 사태부터 라임·옵티머스 사태까지 은행이 고객에게 기업어음(CP), 회사채,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펀드(DLF) 등 복잡한 금융상품을 팔았다가 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중 상당 부분은 불완전판매가 인정돼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불완전판매는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의 기본 내용이나 투자 위험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알리지 않거나 심지어 고객의 서명을 위조한 경우까지 있었다.

#3.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이 5조4천억원을 넘었다. 올해 들어 누적 순이익은 사상 최초로 16조원을 돌파했다.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올 상반기에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이 늘어 이자 이익이 증가했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은행들은 고객에 주는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거나 오히려 올리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생활고가 가중되는데 예금과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의 차이는 더 벌어졌고 은행의 이익은 계속 늘어만 간다.



은행은 고강도 규제를 받는 산업이다. 자기자본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을 비롯해 감독 당국에 시시콜콜한 업무 현황까지 일일이 보고하고 공유하면서 필요시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은행만큼 높은 강도의 규제를 받는 기업이나 업종이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받아 관리하기 때문이다. 남의 돈을 맡은 은행은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용하면서 그 원금과 수익을 고객에 돌려줄 의무가 있다. 남의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용하려면 그 조직과 업무의 절차와 방법이 공정하고 투명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해야 함은 기본이다. 고객은 은행이 그럴 것이라고 믿고 돈을 맡긴다.

대우, 한보 등 주요 대기업이 무너져 내리고 5개 은행이 문을 닫는 삭풍이 몰아쳤던 외환위기 시절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시중의 소문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기도 했다. 어느 저축은행이 부실하다는 소문이 시중에 번지면 맡겼던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이 일시에 몰려 이른바 '뱅크런'(예금인출사태)이 발생, 도산을 앞당겼다. 작년엔 40년간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투자 손실과 뱅크런 때문에 파산했다.

민간기업이 영업을 잘해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은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위의 3가지 장면이 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임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은행이 고객의 신뢰를 잃는다면, 그래서 예금 고객이 은행을 외면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두렵다.
hoon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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