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 오른 글로벌 AI 전쟁에 국내 대기업들도 체질 개선 중
HMB 경쟁서 희비 엇갈린 SK·삼성 같은 날 AI 행사
KT·네이버, 소버린 AI 놓고 미묘한 입장 차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실질적인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기술·서비스 투자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AI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앞다퉈 뛰고 있다.
"AI는 일생일대에 한 번 있는 종류의 기회"라고 평가한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처럼 국내 기업인들도 AI 경쟁력이 향후 국내외 시장을 선점할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으로 국내 기업 최고의 AI 열풍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SK그룹은 반도체로 상징되는 AI 인프라와 AI 서비스 양대 축을 모두 선점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그룹은 AI 연산의 필수품인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000660]를 주축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지배력을 확보하고, AI 비서, 구독형 GPU 서비스(GPUaaS) 등 AI 서비스는 SK텔레콤[017670]을 중심으로 개발과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SK AI 서밋 2024'를 열어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글로벌 AI 가치 사슬을 만들기 위한 공존법과 AI 비전을 제시했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SK 그룹의 AI 전략과 제품 개발 현황을 공개하는 'AI 언팩'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9월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빅테크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지금의 AI 전쟁에서 패하면 생존이 없다고 한다"며 "불확실성을 인정하지만, 과소 투자로 인한 패배보다는 과잉 투자가 낫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005930]는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AI와 컴퓨터 공학(CE) 분야의 세계적 석학·전문가를 초청해 '삼성 AI 포럼 2024'를 열었다.
작년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됐던 포럼은 올해 산학계 관계자만 초청해 비공개 형태로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서는 SK에 밀린 상황이지만 모바일사업부(MX)가 지난 1월 갤럭시 S24를 세계 최초 'AI 스마트폰'으로 각인시키고 하반기 출시한 폴더블 시리즈에서도 AI 폰 기조를 이어가며 스마트폰 업계의 AI 경쟁에선 선두를 점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야 자체 AI 기술 애플 인텔리전스를 내놓은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에서 AI 서비스를 적용하면서 갤럭시 제품 판매가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을 견인하기도 했다.
KT[030200]는 오픈AI 투자사로 글로벌 AI 경쟁의 선두 격인 마이크로소프트와 2조4천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클라우드 기술을 국내에 이식해 5년간 누적 매출 최대 4조6천억원을 이룬다는 목표다.
미국 주요 빅테크 4곳의 올해 AI 설비투자액이 28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술력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빅테크의 AI 기술을 국내에 들여와 국내 법령·규제를 충족하는 소버린(자국 중심) AI·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KT의 AI·클라우드 서비스 계획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판단을 유보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국가 기간통신망 관리주체인 KT가 MS의 총판처럼 단순 기술·서비스 중개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가 있다.
AI 핵심 기술은 자국화해야 한다며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주창하는 대표 기업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검색 특화 서비스 '큐:'를 개발 중으로, 최수연 대표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대화형 에이전트 서비스, 쇼핑 추천에서 새로운 생성형 대형언어모델(LLM)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AI 설루션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규모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에 수출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다만,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최근 챗GPT 내 검색 기능을 공식 출시하며 검색 엔진 기반 회사인 네이버로서는 GPT 서치 기능과 경쟁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카카오[035720]는 지난달 22일 새 AI 서비스 '카나나'를 공개하며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도 카카오는 다양한 관계와 대화 속에서 개인의 맥락과 감정까지 고려하는 초개인화 AI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카나나를 자사의 대표 서비스 카카오톡과는 별개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한다며 개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AI 응답을 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포부다.
그러나 삼성증권[016360]은 보고서에서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는 제한적인 채팅 정보만으로는 챗GPT 대비 차별적이거나 더 나은 답변을 제시하기 어렵고 카카오그룹 서비스에 적용할 AI 기술들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인 만큼 혁신성은 떨어진다"고 다소 냉정한 평가를 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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