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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경제(깎이고 무너지고…연안침식 차단 '관리해안선…)

깎이고 무너지고…연안침식 차단 '관리해안선' 지정 검토
국내 연안 10곳 중 4곳 우려·심각 등급
연안 인근 공사 때 '연안 침식 검토' 의무화 추진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해양수산부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연안 침식 속도가 빨라지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리해안선' 지정 등 예방책 도입을 검토 중이다.
4일 해수부에 따르면 해수부는 연내 마련하는 '제3차 전국 연안정비 기본계획(2020∼2029년) 수정계획'에 관리해안선 지정과 연안 침식·침수 검토 제도 등 연안 침식 피해 예방 대책을 담을 예정이다.

연안 침식은 파도로 인해 해변 등 연안의 모래가 유실되는 것을 말한다.
파도가 모래를 계속 유실시키면서 육지를 파고들면 지반이 침식돼 해안 도로나 건물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연안 침식 피해를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꼽았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며 "해수면이 1∼2㎜만 상승해도 연안 침식을 일으키는 파도를 거대하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수면이 높아질수록 파도가 육지에 있는 건물이나 거주지, 해안 도로를 직접 타격할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연안 침식 피해를 키우는 해수면 상승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해수부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간 연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4.51㎜로 지난 30년간 3.41㎜의 1.3배에 이른다.
이에 연안의 상태도 대체로 양호하지 못한 상황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안 360곳의 침식 실태 조사에서 A등급(양호)을 받은 곳은 25곳(6.9%)뿐이다.
B등급(보통)은 179곳(49.7%), C등급(우려)은 137곳(38.1%), D등급(심각)은 19곳(5.3%)으로, 우려·심각으로 분류된 연안이 전체의 43.4%에 달한다.
해수부는 이런 연안 침식 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관리해안선은 연안 침식 등 재해로부터 육지와 육지에 거주하는 주민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하는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과거 연안 침식이 발생했거나, 위험이 높은 지역부터 관리해안선을 설정하고, 해안선이 이 선을 넘어 육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관리해안선 도입은 사전에 설정한 위험 수위를 넘지 않도록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피해를 예방하는 정책"이라며 "위험이 감지되는 지역에는 미리 수중방파제 등 파도를 차단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주민을 미리 대피시키는 등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연말까지 논의를 거쳐 해안선이 관리해안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돌파한 경우 가동할 조치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또 연안관리법을 개정해 '연안 침수·침식 검토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안 근처에서 해안도로나 항만 등을 건설하려는 사업자는 지방자치단체 등 인허가권자에 해당 공사가 연안 침식과 침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한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도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지만, 대기질과 수질, 생물에 대한 영향 등 평가해야 하는 대상이 많아 연안 침식 수준을 깊게 따져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녹색연합도 동해안과 서해안 일대 연안 침식 실태를 조사한 이후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연안 침식 영향 평가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연안을 개발할 때 사전 검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수부는 또 시범 사업으로 해온 국민안심해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12개 연안에서 진행 중인 정밀 조사 대상을 30개로 늘리고, 조사 방식도 침식 현황 확인에서 시계열 조사와 해상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서 전문위원은 "연안 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는 만큼 연안 침식 대책과 기후변화 대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수부와 임 의원, 녹색연합은 내달 중 연안 침식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ke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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