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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긴장하는 산업계…반도체·배터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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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긴장하는 산업계…반도체·배터리 '비상'
반도체지원법·IRA 축소·폐기 가능성…보편적 관세 도입도 변수
무역 장벽 강화 우려…대중 제재 강화시 반사이익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차대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의 향후 산업과 통상 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 산업계는 향후 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투자 전략 수정까지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셈법을 따지며 분주히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이익 중심의 강력한 보호주의 통상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대중국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산업계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또는 폐기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과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을 비판해 온 만큼 관련 법에 따른 정책 추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반도체지원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고 비판하고,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은 산업 패권 확보에 중요한 과제인 만큼 반도체지원법이 전면 폐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대통령의 행정 권한에 따라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 비중을 더 높이거나 동맹국을 대상으로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지원을 위한 제반 요구 조건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원금 규모 축소나 현지 투자에 대한 요구 조건 강화는 생산설비 투자자금과 운영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짓는데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중 메모리 수출 제재 강도가 높아질 경우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중국 생산설비 운영과 대중 수출 판매 기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의 시안공장은 전체 낸드 생산의 28%, SK하이닉스의 우시·다롄 공장은 각각 전체 D램의 41%, 낸드의 31%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에도 전동화 전환 지연과 수요 위축 등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이른바 '바이드노믹스'(조 바이든+이코노믹스)의 핵심 정책인 IRA를 전면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2022년 8월 발효된 IRA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3천690억 달러(492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세제 혜택)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산이 억제되면서 캐즘이 장기화하고 업황 반등 시점도 지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전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지며 배터리 업체들의 현지 공장 투자 계획과 가동 일정 등도 미뤄지거나 축소될 수 있다.

보편적 관세 도입도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0%까지 인상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기 재임 때에도 철광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름 중인 철강 업계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 전통적 무역 장벽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과격한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할 경우, 중국 철강 제품이 한국 시장 등 미국의 제외한 시장으로 헐값에 유입될 수 있어 한국산 철강 제품과 경합이 강해질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어 대중국 관세가 강화되더라도 대미 판매를 더 확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자동차·부품 업계의 경우 IRA 축소 또는 폐지, 보편적 관세 도입 등으로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예상된다.
한기평은 "친환경 정책 후퇴로 전기차 시장 전반이 위축되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수요·공급 측면의 니즈(요구)가 확대되면서 북미 빅3(GM·포드·스텔란티스), 현대차그룹, 도요타그룹 등 완성차업체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파워트레인별 경쟁력,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 준공을 통한 현지 생산 능력 확대 등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업의 경우 트럼프가 신재생에너지 지원 축소와 전통 에너지 공급 확대를 공언한 만큼 유가에 중단기 하락 모멘텀이 발생할 수 있어 긍정적인 업황이 기대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등을 둘러싼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도체의 경우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메모리 수급 개선을 전제한 국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과 제품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지원법과 IRA 모두 전면 수정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2022년 IRA 입법 당시 공화당에서 상하원 의원 중 단 한 명도 찬성하지 않았지만, 현재 공화당 지역구에서 주로 IRA로 혜택을 보고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 입장에서 IRA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지역구 이해관계와 불일치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제재를 강화할 경우 오히려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면 우리 기업에는 조금 더 여유가 있을 수도 있다"며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따지고 보면 미국에 투자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만큼 반도체만 놓고 보면 (트럼프 당선 이후) 크게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원재료 공급망의 다변화를 추진해왔고, 해외우려집단(FEOC) 규제 대응력도 갖추고 있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반중 정책 강화로 한국 기업의 시장 선점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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