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안정이냐 과감한 쇄신이냐…재계 인사 시즌 본격 개막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장 교체설…'리밸런싱' SK, 임원 수 감축
현대차, '성과 보상' 인사…LG, '미래 준비' 속 부회장단 변화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업계를 시작으로 재계 인사 시즌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상당수 기업이 실적 부진을 겪은 가운데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는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모색하고 있다.
이에 연말 인사를 통해 성과에 입각한 '신상필벌'과 위기 대응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며 '칼바람'을 우려하는 재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재계 인사 키워드는 '위기 속 안정'보다는 '과감한 쇄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전방위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업부장을 대거 교체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2020년 말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2021년 말에 각각 선임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등의 중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내이사 4명 중에서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과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이정배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한다. 다만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긴 11월 말에 인사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기 위해 11월 중에 앞당겨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지난 5월 DS 부문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실적 부진을 감안하면 임원 승진 규모도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SK그룹은 예년대로 12월 초에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미 작년 말 부회장단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지난 5월과 6월에도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을 교체한 바 있다. 지난 1일 합병 법인을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은 합병에 앞서 지난달 SK에너지 등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인적 쇄신과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SK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열린 'CEO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연말 인사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중 CEO 수시 교체가 있었던 만큼 인사 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인사를 한 SK에코플랜트와 SK지오센트릭의 임원 수가 각각 22.7%와 14.3%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다른 계열사도 임원 수가 20∼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호실적을 낸 현대차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상대적으로 쇄신보다는 성과 보상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52명을 승진시킨 바 있다.
미래 사업 분야인 전기차(EV)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을 담당하는 임원진이 상대적으로 약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년간 대표이사·사장 인사는 11월, 임원 승진 인사는 12월에 실시했다.
LG그룹은 통상 한 달간 진행되는 계열사별 사업 보고회 이후 조직 개편과 인사 작업에 돌입한다. 사업 보고회는 지난달 21일부터 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며, 올해도 11월 말께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인사에 이어 올해도 성과주의와 미래 준비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2023년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차례로 '용퇴'한 가운데 현재 2인 체제인 부회장단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그룹도 다음 달이나 늦으면 12월 초에 이사회를 열어 정기 임원인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통상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인사를 단행하는 롯데그룹의 경우 업황이 부진한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에 이어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비상 경영에 돌입한 만큼 쇄신에 방점을 찍은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말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 14명이 교체되는 등 인사 폭이 컸던 만큼 이번 인사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의 승진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 정유경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 발표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계열 분리되는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며 '형제경영'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주력 계열사 대표는 전원 유임하며 '안정 기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를 추구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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