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즉각 대응'은 보류 신호…초박빙 美대선 앞 딜레마(종합)
중동국에 "적절시기 대응" 통화…유엔 안보리 소집 요구
미 대선 불확실성에 "전략적 게임" 진단…국제유가는 하락 전망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규모 보복 공습을 했지만 이란은 강경한 표현을 자제하고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겠다며 당장 맞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집트·카타르 외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이란은 자국의 영토보전 침해에 맞서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모든 대응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며 즉각 대응하겠다고 위협하지는 않았다.
이란군 총참모부 역시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에 '제한적인 피해만 줬다'면서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침략에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총참모부는 또 "억압받는 이들의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이날 새벽 자국 내 군사 기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외세의 침략 행위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4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습과 관련해 이란은 최근 수개월간 이스라엘과 충돌 시 지도부가 사용했던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와 같은 강경한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란의 이러한 반응을 두고 FT는 이란이 곧바로 재보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한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휴전을 지지한다는 점을 더 강조했으며, 전면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FT는 짚었다.
이란 국영방송은 테헤란 등의 시장, 거리 등의 풍경을 비추며 주민들의 삶이 평상시와 다른 없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국민들이 불안해했다면서도 일부는 삶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끝난 후 보복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즉시 보복하겠다고 위협하진 않았다.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NYT에 이란의 대응에 있어 미 대선도 요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란이 불확실한 미 대선에 앞서 광범위한 갈등 고조를 피하고 싶다면 공격을 감수하고 지역 내 외교적 접근과 서방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중심으로 한 장기적인 전략적 게임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이번 공습의 여파를 축소하고 휴전을 추진함으로써 "이스라엘에 대한 상황을 역전시키고 군사적 약점을 외교적 기회로 바꾸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은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청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스푸트니크와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락치 장관은 27일 안보리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가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이스라엘의 이러한 침략행위를 강력하고 분명하게 규탄해 달라"며 "이 범죄 정권(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기 위해 안보리 의장에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이러한 범죄공격에 합법적이고 정당한 대응을 할 고유의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28일 거래 재개시 유가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이란 원유·핵 기반 시설은 우회, 원유 공급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다.
지난주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과 미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4%가량 상승했다.
오닉스캐피털그룹의 연구 책임자 해리 칠린귀리안은 언젠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이스라엘의 대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이제) 시장은 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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