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바이든, 150년 자행된 원주민 아동 인권유린 사과
경합주 애리조나 원주민 자치구 방문…WP "경합주 판세 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0년간 '교화'를 명목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어린이들을 강제로 기숙학교에 수용한 정부 정책에 대해 뒤늦은 공식 사과에 나선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애리조나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했던 일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며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아메리카 원주민 어린이들에게 자행한 일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피닉스 외곽에 위치한 원주민 자치구를 방문해 사죄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1819년부터 1969년까지 37개주에 걸쳐 400개 이상의 연방 원주민 기숙 학교를 운영하며, 수 세대 동안 아메리카 원주민 어린이를 강제로 입학시켰다.
이들 학교에서는 원주민 어린이에 대한 차별과 폭행, 성추행 등 학대 행위가 만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이들은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기숙사에 수용된 뒤 발가벗겨져 매를 맞고 강제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자신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금지당하고 억지로 개명하는 등 국가 차원의 폭력 행위에 시달렸다.
미 내무부 조사 결과 해당 기간 최소한 1만8천명의 어린이가 기숙학교에 입학했으며 973명이 이곳에서 질병과 기아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대통령이 해당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은 별도 성명을 통해 "연방 정부와 원주민의 관계가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과거의 해악을 완전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전체 대의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지만, 애리조나와 같은 초박빙 경합주에서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움직임은 또한 노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 미시간 등 다른 경합주에서 원주민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애리조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포인트 미만으로 승리했다.
애리조나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인구 비중은 5%에 달한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한 치 앞을 예단하기 힘든 초박빙 판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막판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아메리카 원주민을 포함한 소수자·유색인종에 대한 구애를 강화하고 있다.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애리조나 등에서 원주민을 대상으로 유세에 나서는가 하면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위스콘신 주지사 역시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 원주민 대표들과 만나기도 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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