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 정상들, 찰스 3세 면전서 노예무역 배상 요구할 듯
영국정부 "사과·배상 계획 없어"…기후변화 대응 선언도 의제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남태평양 섬나라 사모아에서 열리는 영연방 정상회의(CHOGM)에서 일부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찰스 3세 영국 국왕 앞에서 과거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에 대한 영국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찰스 3세는 호주 방문 후 지난 23일 CHOGM 참석을 위해 사모아에 도착했다. CHOGM은 56개 영연방 회원국 정상들이 2년마다 모여 회원국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고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번 회의에서 과거 노예무역에 대한 배상 문제와 기후 변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CHOGM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하는데, 총장 후보자 3명은 모두 노예제와 식민주의로 피해를 본 국가들에 대한 배상을 지지하고 있어 회의에서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될 전망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노예 배상 문제를 의제에 올리지는 않겠지만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하는 지도자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5세기에서 19세기 말까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 간 이들은 최소 1천250만명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배상은 오래전부터 논의됐으며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 사이에서 이와 관련된 국제 재판소 창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영국과 프랑스, 포르투갈 등 과거 식민지를 운영했던 나라들을 상대로 아프리카인들을 노예화하고 인종차별 정책과 집단학살, 식민주의 등을 펼친 것에 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찰스 3세도 2022년 르완다에서 열린 CHOGM에 왕세자 신분으로 참석해 영국이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에 관여된 것에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 역시 이번 회의에서 노예무역에 대한 사과나 배상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영연방 회원국 중 태평양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찰스 3세 역시 오랫동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선언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안나 화이트록 런던 시티 대학교 역사학 교수는 "영연방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핵심 업적 중 하나"라며 "이번 회의에서 찰스 3세는 그가 그의 어머니처럼 통합적인 인물이 될 수 있을지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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