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촉 암살 시도'서 생존한 러시아 스파이 "배후는 푸틴"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치명적인 신경작용제 노비촉 공격을 받고도 목숨을 건진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 작전의 배후로 지목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망명한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중요한 결정은 푸틴이 직접 내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와 딸 율리아에 대한 암살 작전을 승인한 것도 푸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스크리팔은 지난 2018년 초 딸과 함께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노비촉 중독 중세로 쓰러졌다.
당국 조사 결과 스크리팔의 자택 현관 손잡이에서 노비촉이 검출됐다.
노비촉은 냉전 시대 말기에 소련이 개발한 물질로 일본 지하철 테러의 사린가스나 김정남 암살사건의 VX 등 다른 신경작용제보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에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 손상 등을 초래한다.
암살에 노비촉이 사용된 최초의 사례는 1995년 러시아 사업가 이반 키베리디의 독살 사건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영국 정부는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지만, 러시아는 완강히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에 대해 스크리팔은 "푸틴은 개인적으로 독극물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고 전했다.
2018년 암살 시도 이후 스크리팔이 성명 등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크리팔이 성명을 낸 것은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 직후 발생한 영국 여성 돈 스터지스의 사망 사고와 관련한 청문회가 계기가 됐다.
스크리팔의 거주지역인 솔즈베리에 살던 스터지스는 버려진 향수병에 담긴 노비촉에 노출돼 사망했다.
당국은 스크리팔에 대한 암살 작전 실행 과정에서 러시아 요원들이 노비촉을 향수병에 담아 사용한 뒤 버렸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스크리팔 암살 작전이 무고한 시민까지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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