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위해 기도하자"…美 극우 개신교도, 워싱턴 결집
내셔널 몰에 수만 명 모여…"신이 미국 구할 마지막 기회"
정교 결합 '종말론' 메시지 확산…"대선 불복으로 이어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요한 지지 기반 중 하나인 미국의 극우 복음주의 개신교도 단체가 12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에서 트럼프의 당선과 미국의 '구원'을 기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고 미 NBC 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만명의 여성들'(A Million Women)이라는 이름의 극우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몇 시간 동안 찬송가를 부르고 깃발을 흔들면서 신에게 트럼프가 다음 달 대선에서 당선되도록 해달라고 큰 소리로 기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번 대선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결이 아닌 '선과 악'의 대결이라면서 트럼프는 "신이 선택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미국은 '악'의 손아귀에 빠져들 것이라는 종말론적 사고를 드러냈다.
집회를 위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온 그레이스 린은 NBC에 "우리가 지금 나서지 않으면 적들은 우리나라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에서 온 마린 프라이탁은 이날 집회에 "신이 대통령으로 선택한 남성의 편에 서기 위해" 왔다면서, 만약 이번 대선에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에 빠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워싱턴 D.C. 중심부의 내셔널 몰에서 집회를 주도한 인물 중에는 악명 높은 극우 목사인 루 엥글도 있었다.
엥글 목사는 낙태와 성소수자(LGBTQ+) 권리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러 차례 열면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그는 신이 자신에게 꿈속에서 이날 집회를 열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미국이 마주하고 있는 위협으로 범죄와 종교적 박해, 낙태, 성소수자 문화의 수용을 꼽았다.
'우리 아이들을 망치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셔츠를 입은 여성 신도 수천 명은 미국의 교육과 대중문화가 어린이들이 자신의 젠더를 바꾸도록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인터뷰 도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NBC는 전했다.
이날 집회를 연 복음주의 개신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앞서 2020년 대선 때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 10명 중 8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 10명 중 4명 가까이가 백인 복음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낙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미국이 완전한 '기독교 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장면이 연출되자 이것이 하나님이 트럼프를 선택한 증거라면서 트럼프를 중심으로 더욱 강력하게 결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이에서 정치와 종교를 결합한 '종말론적' 메시지가 퍼지고 있는 것이 자칫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할 경우 이에 불복하는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날 집회 현장에 연구차 참석한 종교학자 매슈 테일러는 이러한 믿음은 "트럼프의 가장 열렬한 기독교 지지자들에게 이번 선거가 미국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여겨지게 만들고 있다'면서 "위험한 것은 적절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지도자의 지시가 내려지면 이들은 쉽게 국회의사당의 폭도들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집회 참석자 타미 바르텐은 당시의 경험을 '영적'인 것으로 묘사하면서 "이는 선과 악의 대결이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온 필 하일만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지만 만약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사탄'은 결국 패배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정치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하나님께서 더 은밀한 혹은 '지하의' 수단을 통해 우리나라를 되찾을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