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4년…체질 개선 끝에 '업계 수익성 1위'로 우뚝
제네시스·기아 성장 이끌어…신용등급 '트리플 크라운'도
전기차 캐즘 속 격전지 美서 '톱2' 진입…지정학 리스크·신사업 수익성이 과제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로 취임 4년을 맞는다.
정 회장의 지난 4년간 행보는 늘 소비자를 향해있었다. 취임사 및 4번의 신년사에서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고객'(38회)으로, '미래'(32회), '성장'(30회) 등을 앞질렀다.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빅3'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으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견조한 친환경차 판매 실적으로 위기 대응 역량을 입증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소, 자율주행 등 미래 신사업 분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남겨진 과제라는 게 내부적 평가다.
◇ 체질 개선하고 재무적 평가도 글로벌 '톱'…빅2 향한 발돋움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판매 지표는 정 회장이 그간 꾸준히 강조해온 '수익성 체질 개선'의 성과를 드러낸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 10.7%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9조4천599억원, 14조9천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고, 지난 1분기에는 그룹 합산 영업이익이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을 넘어서며 글로벌 '빅2'를 향한 가능성도 입증했다.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것은 제네시스와 기아로, 두 브랜드 모두 정 회장의 손길을 거쳤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이끌었으며, 그룹 총수에 오르기 전 기아 대표를 역임하며 비인기 모델을 단종하고 시장 수요에 맞춰 레저용 차량(RV) 중심으로의 라인업 재편을 주도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 중 RV·제네시스 비중은 전체의 60% 이상이었고, 기아는 같은 기간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RV 판매 비중 78%를 기록했다.
그룹의 체질 개선은 재무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무디스, 피치 등으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 A등급을 받았다.
신용등급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는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혼다뿐이다.
◇ 캐즘에도 친환경차 시장 주도…올해 HEV 100만대 판매 고지 눈앞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캐즘에도 되레 '친환경차 선두주자'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모빌리티 산업에 닥쳐올 전동화 전환에 대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하는 등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특히 그룹은 올해 상반기 친환경차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뤘다.
그룹의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6만1천883대로 작년 동기 대비 60.9% 증가했으며,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뛰어 테슬라에 이어 '톱2'에 올랐다.
그룹의 전기차가 연달아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22년 아이오닉5, 작년 아이오닉6, 올해 EV9까지 '세계 올해의 차'를 3년 연속 석권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기차의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차(HEV)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앞서갔다.
올해 상반기 그룹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상승한 약 49만대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며, 올해 말까지 하이브리드차 판매 100만대 고지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브랜드별 하이브리드차 판매 목표를 133만대(현대차), 80만대(기아)로 설정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각각 14개, 9개 주요 차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기차 라인업도 꾸준히 확대해 2030년까지 현대차는 21개, 기아는 2027년까지 15개 차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차 시장의 핵심 축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내년까지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 수소·PBV 등 신사업에도 초점…'캐즘 이후 대비' 과제로
정 회장은 수소, 로보틱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사업을 주도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수소 분야는 정 회장이 가장 중점을 둔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그룹은 올해 초 수소 가치사슬 전반에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하는 'HTWO 그리드' 비전을 소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친환경 물류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설루션'을 연말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목적에 따라 차량 형태를 바꿀 수 있는 PBV 개념이 적용된 'ST1'을 출시해 PBV 모빌리티 설루션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음료를 배달해주는 자율주행 로봇 '달이 딜리버리'를 선보이는 등 지능형 로봇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또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정 회장은 투명한 조직 운영, 선수들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올해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한국 양궁팀의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의 선한 영향력은 정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그룹의 사명이다.
정 회장에게 남겨진 과제는 미래 신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성장 로드맵을 구축하고 미국 대선, 중동 전쟁 등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꼽힌다.
최근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배터리 안전 기술 등 전동화 경쟁력을 강화해 캐즘 이후의 시장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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