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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상대 '억제력 밑천' 드러낸 이란, 핵무기 개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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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상대 '억제력 밑천' 드러낸 이란, 핵무기 개발할까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가자 전쟁 국면에서 '전략적 인내' 끝에 이스라엘과 몇차례 직간접적으로 충돌했다.
'불구대천의 원수' 이스라엘과 맞서온 이란엔 그동안 성능이 증명되지 않은 몇 가지 억제 수단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수천발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레바논에서 손발 역할을 해온 무장정파 헤즈볼라였다.
그러나 가장 위력적일 것으로 보였던 이 억제 수단들은 생각보다 힘이 세지 않았다.
이란은 지난 4월 주시리아 대사관 영사부 피습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했다.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장 드론 등 320기를 쐈다.
또 이란은 이달 1일에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안방인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과 최대 동맹인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폭사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란은 직선거리로 1천600㎞가량 떨어진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지만, 이란의 공격 수단은 이스라엘에 도달하기 전에 대부분 요격됐고 일부가 철통같은 방공망을 뚫었지만,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란의 또 다른 핵심 억제력인 헤즈볼라도 수만 명의 병력과 수만발의 재래식 무기를 보유한 세계 최강의 민병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스라엘의 서슬 퍼런 정보력과 첨단 화력 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헤즈볼라의 주요 무기와 무기 생산 및 저장시설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파괴되었고, 이달 1일에는 최고지도자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외곽의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영토에 들어온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과 맞서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이스라엘 억제력에 한계를 드러낸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치 자문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란 담당 수석 분석가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대이스라엘 대응력 약화는 이란으로 하여금 새로운 억제력의 원천을 개발하도록 압박할 것이며 핵 프로그램 확장 압력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앞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진전 압력과 함께 이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은 상황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를 금지한다는 '파트와'(종교지도자의 칙령 또는 이슬람 율법 해석)를 발표했다.
이어 2010년 문서를 통해 "핵무기를 포함해 화학무기, 생화학 무기와 같은 WMD는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다. 화학무기의 피해자이기도 한 이란은 이런 무기를 생산·축적하는 데 특히 더 민감하다. 이에 맞서기 위해 기꺼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파트와를 내렸다.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가 내리는 파트와는 본인이 취소하기 전까지는 국가 정책의 원칙으로 강력하게 작용한다.
아직도 이 약속이 유효하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 상황은 과거와 딴판이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도를 계속 높이며 핵무기 생산에 근접해왔다.
이란원자력위원회(AEOI) 위원장을 지낸 페레이둔 압바시는 이란이 무기급인 90% 농축 우라늄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고, 미국 관리들도 이란이 현재 비축된 농축도 60%의 우라늄을 무기급으로 전환하는데 2주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IAEA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거의 4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연료를 확보하고 있다.
또 이란 관리들은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을 대부분 축적했으며, 대량살상 무기를 조달하지 않겠다는 20년 전 최고지도자의 약속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무기 제조와 무관하다는 보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 관리들은 이란이 이번 여름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추가적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이 몇 달 안에 '조잡한' 수준의 핵 장치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란이 대이스라엘 억제력 강화의 하나로 핵무기 제조의 길에 들어선다면, 이란 핵무기 개발 억제를 공언해온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적인 개입을 유발해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특히 그동안 '그림자 전쟁'을 통해 이란 핵시설에 몇차례 타격을 입혀온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 암살 때 보여준 막강한 정보 침투 능력을 바탕으로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큰 실수"로 규정했고, 이란 국민을 겨냥한 연설에서는 "중동에 이스라엘이 도달할 수 없는 곳은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다만, 이란 핵 프로그램 공격에 미국이 얼마나 동의하고 지원할지, 이스라엘이 지하 깊은 곳에 숨겨진 이란 핵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이란이 핵무기 제조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서방과 협상을 통한 경제제재 해제를 추진해온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직접 보복을 결행한 것은 핵무기 개발과 이에 따른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까지 염두에둔 선택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미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니콜 그라예프스키 연구원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자성 없이 대이스라엘 보복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면적 핵무장을 의미하지 않더라도 필요시 신속하게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더 큰 노력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하마스·후티·헤즈볼라 '합동 공습'…전투기 100대 띄워 타격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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