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리아내 러 군기지 인근 폭격…이란 무기고 겨냥"
"이란 화물기 착륙 1시간 뒤 공습…러·시리아는 요격 시도"
"러 자극 위험에도 시리아내 이란 자산 겨냥한 작전 확대" 분석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이스라엘이 3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러시아 공군기지 인근에도 공습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시리아 언론 등을 인용해 이날 시리아 북서부 도시 라타키아에 위치한 흐메이밈 공군기지 인근에 최다 30발의 미사일이 잇따라 날아와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가 확보한 영상을 보면 이 지역 상공에서 미사일이 주황색 빛줄기를 그리며 격추되는 모습이 보인다. 기지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선 거대한 불길이 관측됐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무기를 보관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기지 인근 지점을 공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시리아 매체들은 이란 케심파르스 항공 화물기가 착륙한 지 약 한 시간 뒤 공습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항공사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란의 중동 내 대리세력에 무기를 전달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러시아 유명 군사 블로거인 '라이바르'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공격의 목표물이 기지가 아니라 이란과 러시아가 함께 사용하는 무기고였다고 주장하면서 "미사일 중 일부는 러시아군에 의해 격추됐지만 일부는 목표물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러시아와 시리아 방공망이 라타키아에서 최소 40분간 미사일 요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사건에 따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날 공습은 이란 대리 세력을 향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세력 연합체인 '저항의 축'의 일원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우호적 관계인 러시아의 현지 군기지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이 작전을 감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
지정학 전문가 마이클 호로비츠는 그동안에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며 이는 러시아가 대(對)이란 지원을 더 강화하도록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공격을 감행했다는 건 이스라엘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공격에 대해 "헤즈볼라 표적을 성공적으로 파괴한 이스라엘이 러시아를 자극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 있는 이란 연계 자산에 대한 작전을 확대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과 관련해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4일 아침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의 마스나 검문소 인근에도 공습을 가했다.
레바논 교통부는 검문소의 레바논 영토 쪽이 폭격을 받아 지름 4m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공습으로 수십만 명이 피란을 위해 이용하던 길이 가로막혔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스라엘은 마스나 검문소가 헤즈볼라의 무기 밀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무기 밀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 수밖에 없다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