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스타십 협력논의 첫 국가 한국 택해…청 설립 이유"
방미 마친 존리 우주청 임무본부장…"NASA·NOAA 韓 기술 기대"
"한 우주개발 '고위험·저비용' 전환 필요…공공 보유 기술 기업 이전해야"
(사천=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스페이스X가 달과 화성 탐사를 위해 개발 중인 대형 발사체 '스타십'의 첫 해외 협력 논의 대상으로 한국을 택했다.
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2일 경남 사천 우주청 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리 본부장은 지난달 18~27일 미국을 방문해 NASA 본부와 응용물리연구소(APL), 제트추진연구소(JPL) 등 연구소와 스페이스X,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 기업들을 잇달아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스페이스X의 경우 스타십이 달에 갈 경우 우주청이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설명했다며 스페이스X 측에서 스타십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기 위해 처음 접촉한 곳이 한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한국에 우주청이 만들어지자 스페이스X가 만남을 요청해 이런 논의로 이어졌다며 스페이스X 측이 한국의 달 환경 모사 챔버 등에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처럼 한국의 우수한 연구역량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일을 만드는 것이 우주청이 설립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우주청은 이번 방미 중 NASA와 우주항공 협력 공동성명서 및 L4 탐사 협약을 맺고,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와 관련한 연구협약 체결도 향후 진행하기로 했다.
리 본부장은 방미 중 NASA와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등이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JWST)의 뒤를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 '거주가능 세계 천문대(HWO)'와 고도 200~300㎞ 초 저궤도(VLEO) 위성 협력을 타진해 왔다며 "한국의 합성개구레이더(SAR) 기술과 심우주 광통신 등에 대해 기대감이 컸다"고 전했다.
아직 한국의 구체적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아르테미스와 관련해 그는 "프로젝트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계획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라며 "이달 열리는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아르테미스 고위급 협의회를 갖고 논의하면 한국이 어떻게 접근할지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우주청 개청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 리 본부장은 사천 우주청사에 있는 날보다 국내 연구시설과 기업을 돌아본 날이 더 길었다며 국내 우주개발 현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파악하는 기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의 국내 우주개발을 '저위험·고비용'으로 진단하고, 이제는 방향을 바꿔 '고위험·저비용'으로 가야 수준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고, 잘하면서 발생하는 실패에서도 배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주에 오르는 것보다 태도를 바꾸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이를 바꿔야 '퀀텀 리프'(양자 도약)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주청이 개청 후 여러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선택과 집중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리 본부장은 "아이가 여럿 있는데 하나만 신경 쓸 수는 없는 것"이라며 여러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그는 "10년 걸릴 것을 5년에 한다면 예산도 줄어드는 것"이라며 임무본부 내에 장기 프로젝트를 합하고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미션을 줬다고 설명했다.
리 본부장은 우주청의 목표에 대해 '선도 기술 개발을 통해 우주 분야 시장을 만들고 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으로 정의하며 "우주청이 기업을 키울 수도 없고, 기업이 투자를 목표로 하면 정부에 의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우주청이 10㎝를 구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위성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제공하면, 기업이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그는 지금까지 한국이 위성과 발사체 제조 등 인프라 구축 산업인 '업스트림'에 주력해 왔지만, 규모가 훨씬 큰 산업인 인프라를 활용하는 '다운스트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지재권 갈등에 대해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NASA에서는 계약 과정에서 지식재산권을 모두 기업에 넘겨 기업이 빨리 자랄 수 있게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기술을 넘기는 것이 맞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리 본부장은 임무본부가 4개 부문별 포지셔닝 페이퍼와 전략보고서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며 "우주청이 새로 만들어진 만큼 조금 더 기다려 준다면 어떤 일을 하는지가 보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본부장은 NASA에서 29년간 일하며 NASA 헬리오피직스 프로젝트 관리자, NASA 산하 고더드우주비행센터 위성통합본부장 등을 지낸 우주 전문가다. 미국 백악관 행정예산국에서 예산관리자로도 일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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