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입장 급선회 日이시바…"변절·언행불일치" 비판 직면
약한 지지기반에 최단기간 중의원 해산 '승부수'에 논란…"납득·공감" 공염불?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에 했던 발언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고 현지 언론이 2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집권 자민당에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하는 주류 세력을 상대로 쓴소리를 거듭해 인기를 끌었지만, 지지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정권을 잡자 기존 발언 취지와 어긋나는 언행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중 가장 큰 비판을 받는 건 오는 9일 중의원(하원) 조기 해산에 이은 이달 27일 총선거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에서 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내각을 신임할 것인지 주권자인 국민에게 묻는 것이 대의"라며 조기 총선 강행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일본 역대 총리 중 취임일을 기준으로 최단기간에 중의원을 해산하게 된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8월 24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회견에서는 "모든 각료가 출석한 예산위원회에서 정권이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국민에게 보인 다음에 신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당선 시 시간을 두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아울러 총리가 되기 전에 중의원 해산 의사를 표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총리가) 되지 않은 사람이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30일 총리 취임 이전에 자민당 총재 신분으로 "10월 27일에 총선을 실시한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총선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이시바 정권 목표를 충분히 설명할 물리적 시간이 짧아졌고 국회 예산위원회 개최도 보류됐다.
중의원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 결정에 대해 현지 언론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2%가 새 정권에 기대감을 나타낸 상황에서, 되도록 이른 시기에 총선을 치르고 승리를 거둬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담긴 '승부수'로 보고 있다.
이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정권을) 판단할 재료가 갖춰지지 않았다"며 "구린 냄새 나는 것에 뚜껑을 덮으려는 것으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 이시바 총리를 향해 '거짓말쟁이', '변절' 등 거친 언사가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과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국민 믿음을 해치는 언행 불일치' 제하 사설에서 이시바 총리가 야당에 논쟁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당리당략에 따른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이 홍역을 치른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다소 바꿨다.
그는 총재 선거 이전에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비자금 사건으로 징계받은 옛 '아베파' 의원을 상대로 한 명씩 이야기를 듣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조기 총선으로 인해 처벌받은 의원 20여 명에게 모두 설명을 듣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회견에서 새로운 내각이 지향할 가치가 '납득'과 '공감'이라고 강조했지만, 조기 총선과 비자금 의원 공천 여부 문제에서는 국민 납득과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가 주장해 왔던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미일지위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도 국내외에서 논란이 확산하면서 실현 여부에 물음표가 붙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방재성 창설과 왕위 계승 문제 등에서도 이시바 총리가 소신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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