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예·나스랄라 암살, 삐삐 폭발…두 달간 보복 벼른 이란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지난 4월 이어 또다시 '무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이란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7월 3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자국 수도 테헤란의 숙소에서 암살당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이란은 당시 하니예의 암살 주체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했지만, 군사적 대응은 여태껏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대리전이 이어졌다.
그사이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을 위한 가자지구 공격을 지속하면서도 헤즈볼라와 후티 등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 토벌을 시작했다.
특히 헤즈볼라를 겨냥해서는 지난달 17일 무선호출기(삐삐) 폭발로 통신체계를 초토화한 것을 시작으로 무기를 숨겨둔 레바논 전역의 시설을 파괴하고 나섰다.
헤즈볼라 수뇌부를 제거할 목적으로 참수작전에 들어간 이스라엘은 급기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의 숨통까지 끊었다.
지난달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다히예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나스랄라가 숨진 것이다. 이 공습으로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도 함께 사망했다.
이란으로서는 하니예에 이어 두 달도 채 안 돼 저항의 축의 핵심 구성단체 수장을 또 잃은 셈이다.
이스라엘의 정보력과 첨단무기 과시는 지난달 29일 무려 1천700㎞ 정도나 떨어진 예멘 후티의 거점 폭격으로까지 이어졌고, 전날에는 2006년 이후 18년 만에 레바논에서 공식적으로 지상 작전마저 개시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을 결딴낼 수 있다는 군사적 우위를 강조하는 행보였다.
이에 중동 현지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런 일방적 공세가 이란이 확전 방지를 위한 신중함을 더는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항의 축' 구성원들이 당하는 굴욕을 구심점인 이란이 더 이상 방치하면 네트워크 운용 동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결국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 약 180발을 발사하며 두 달간 벼르던 보복을 마침내 실행에 옮겼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날 공격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폭사한 하니예와 나스랄라,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날 공격 역시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은 양상이다.
이스라엘군은 공습경보를 발령한 지 약 1시간 만에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해제했고 이날 오후 10시 현재까지 경상 2명 외에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금까지 파악된 정보에 기반할 때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실패했고,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올해 4월에도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영사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이 살해되자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360여기의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 150여발을 날렸다.
당시에도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이 격추돼 이스라엘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고, 전문가들은 확전을 꺼린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줌으로써 수위 조절을 한 결과로 풀이했다.
이번에도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이란이 보복 공격의 수위 조절을 한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을 비롯한 이란 인사들은 지난 두 달간 보복을 미루면서 줄곧 '정확하게 계산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4월에 이어 또다시 이란의 보복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저항의 축'을 이끈 이란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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