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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교대생 43명 실종 10년…'책임자 처벌'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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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교대생 43명 실종 10년…'책임자 처벌' 하세월
아요치나파 사건, 군·경 개입한 멕시코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
"역사적 진실" 검찰 수사 발표 허위로 드러나기도…실종자 가족 시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국가기관에서 개입해 빚어진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아요치나파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이 27일(현지시간) 10년을 맞았다.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더딘 가운데 실종자 가족과 시민들은 멕시코 수도를 행진하며 진실 규명과 정의 수호를 촉구했다.




◇ 실종자 가족, 멕시코시티서 빗속 시위
아요치나파 사건 학제간 독립연구자 모임(GIEI)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멕시코 사무소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한복판에서는 아요치나파 사건 실종자 가족과 시민 수천명이 빗속에서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이괄라의 밤'이라고도 부르는 10년 전 사건과 관련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단죄를 요구했다.
멕시코 대통령궁 앞 소칼로 광장에 모인 시위대 중 일부는 대통령궁을 향해 폭죽을 쏘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복면을 쓴 채 시위대에 섞여 있던 이들이 일부 소요 사태를 일으켜 공공 시설물 손괴 등이 보고됐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 '10년 전 비극의 밤'…의문 남긴 수사 결과
지난 2014년 9월 26일 저녁, 게레로주(州) 아요치나파 교육대학 학생들은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집회 참석차 버스로 이동 중 이괄라에서 경찰 총격을 받았다. 이괄라는 고속도로 기준 아요치나파와 멕시코시티 중간쯤에 있는 도시다.
공격받은 학생과 행인 등 6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다른 학생들은 경찰에 끌려갔고, 총 43명이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숨진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실제 몇몇 실종자는 나중에 유골로 발견됐는데, 일부 시신은 온전한 형태가 아니었다.
사건을 수사한 당시 멕시코 검찰은 지역 마약 카르텔인 '게레로스 우니도스'와 결탁한 일부 지역 경찰관이 학생을 납치해 경쟁 조직의 조직원으로 둔갑시킨 뒤 카르텔에 넘겼고, 갱단원이 학생들을 살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고 밝혔다.
당시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부는 이 수사 결과를 '역사적 진실'이라고 표현하며 사건을 매듭지었으나, 실종자 가족이나 외부 전문가들은 "멕시코군이 학생들의 피랍 사실을 바로 알았는데도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정확한 진실 규명을 요구해 왔다.




◇ 뒤집힌 '역사적 진실'…"국가가 개입한 범죄"
2018년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건 파일의 먼지를 털어내고 재조사한 현 정부당국은 2022년 "전 정부가 사건을 은폐하는 데 개입한 국가 범죄로, 연방 공무원은 물론 군·경이 광범위하게 개입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는 군 장병이 잠입해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는데, 이 장병 생사 역시 오리무중이라고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는 밝혔다.
새로운 조사 내용에 터잡아 수사기관은 헤수스 무리요 전 멕시코 법무장관을 체포해 기소하는 등 처벌에 속도를 냈지만, 이번엔 법원이 "수사 과정상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거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보기 어렵다", "불법적인 방식으로 증거 수집이 이뤄졌다"는 등 판단을 하며 40여명에 이르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별도로 멕시코 대통령이 '사법부 부패의 방증'이라며 판사 직선제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례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다.
다만 적지 않은 피고인들은 별개의 사건 또는 이 사건 추가 수사 등을 이유로 구금 혹은 가택연금 생활을 하고 있다.
현지 일간 라호르나다는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이 무고한 자녀를 폭력조직에 넘겨 숨지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은 데 더해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허탈감을 호소한다"고 보도했다.



◇ "정부-실종자 가족, 대화 필요한 때"
일부 실종자 가족은 멕시코시티 한복판 레포르마 대로에 직접 세운 '43 조형물' 인근에 천막 캠프를 만들고 수년째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아요치나파 실종자 가족 측은 이 사건 재수사를 지시했지만 '군 감싸기' 행보를 보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리를 배신했다"며 비난하는 상황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누구라도 정부에 건의하고 항의할 자유가 있다"면서도 "우리 정부에서는 억압이나 학살, 검열, 박해가 없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멕시코 사무소는 성명에서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는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고 구체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10월 취임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의 적극적 관심을 촉구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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