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동차 딜러들, 수요 부진에 생존 위협…"22.8% 밑지고 팔아"
판매 주는데 '가격 전쟁' 계속돼 수익성 악화…"정부 지원 필요" 요청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자동차 시장 수요 둔화와 가격 전쟁 속에 자동차 딜러들이 '생존 위협'에 직면했다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이 24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자동차유통협회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최근 정부에 판매상의 현실적 어려움 해결을 도울 지원책을 요청하는 '긴급 보고'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자동차 수요가 떨어진 와중에 자동차 기업들이 판매 압박을 가해 딜러들의 재고 수준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자금을 회수하고 은행 부채 등 금융 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딜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가격에 차를 팔아넘길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라고 협회는 설명했다.
또 중국 시장 가격 전쟁이 날로 격화하지만 자동차 기업들이 판매상에 넘기는 도매가는 거의 변함이 없어 도매가와 소매가의 역전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 데이터를 보면 올해 1∼8월 중국 자동차 딜러들이 제조사에서 차를 들여오는 가격과 소비자들에 판매하는 가격차는 22.8%에 달해 가격 역전 폭이 작년보다 10.7%포인트(p) 확대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영을 더는 이어나가지 못하는 판매상도 속속 나오고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수십 곳의 자동차 매장을 26년 넘게 운영해온 대형 판매상 광둥융아오투자그룹이 자금난을 겪다 돌연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6월에는 동부 장쑤성 옌청 최대의 자동차 딜러 업체가 경영난으로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갔고, 8월에는 중부 후베이성의 여러 판매상이 공급 업체인 베이징-현대 측에 자동차 인수를 중단하겠다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협회는 이 같은 판매상들의 상황은 자금 사슬이 끊어져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상은 대체로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해 차를 인수하고, 차량 합격증을 은행에 담보로 맡긴다. 소비자에게 차가 팔리면 판매상은 은행에 빚을 갚고 은행은 합격증을 돌려줘 차량 등기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딜러의 자금줄이 막히면 소비자가 차를 사놓고도 합격증이 없어 등기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협회는 정부가 판매상의 자금난과 폐업 리스크에 주목해 단계적인 금융 구제 조치를 연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딜러들에 대한 금융기관 지원 강도를 높이고, 신용 한도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이신은 중국 자동차 판매상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시장 수요 둔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가 호황이던 시절엔 신차 출시가와 최종 판매가 사이에 약간의 역전이 있더라도 제조사가 이윤을 일부 반환해 결손을 충당할 수 있었지만, 최근 수년 동안은 가격 역전 현상이 심각해지고 제조사의 경영 상황도 악화해 판매상을 지원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매상은 "지금은 제조사에서도 감원을 하고 있는데 판매상들은 어디로 가야겠는가"라고 털어놨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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