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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9월, 멕시코시티의 공포와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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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9월, 멕시코시티의 공포와 혐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시티에서 생활하며 생긴 습관 중 하나는 창문 블라인드 상하 조절용 줄이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알 수 없는 흔들림이 있다고 느껴지거나 순간적인 어지러움이 감지되면, 지체 없이 사무용 책상 뒤쪽에 있는 창문 쪽을 돌아본다.
실제 지진이 발생한 건지, 단순한 착각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대개는 미동도 없는 모습에 안도하면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9월이 되면 좀 상황은 다르다. 이 행위를 수시로 반복하며 지진 대피용 '생존 가방'에 잠시 눈을 멈춘다.



멕시코시티 주민에게 9월은 대지진의 악몽으로 점철돼 있다.
1985년의 9월 19일 오전, 멕시코시티 인근 미초아칸주(州)에서 발생한 규모 8.1(멕시코 기상당국 측정치) 대지진은 2만여명(추정치)의 목숨을 앗아갔다.
정확히 32년 뒤인 2017년 9월 19일 낮에는 멕시코시티와 가까운 푸에블라에서 규모 7.1 강진이 일대를 흔들어 놨다. 이때에도 멕시코시티 건물 붕괴 등으로 수백명이 사망했다. 한인 1명도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5년 뒤인 2022년 9월 19일에도 규모 7.6 강진이 수도권을 비롯한 중서부를 강타했다.
이날은 오전에 전국 규모 지진 대응 훈련을 시행한 지 1시간여 뒤에 실제 지진이 발생해, 다른 측면에서 더 간담을 서늘케 한 하루로 기억된다.
당시 건물에서 쏟아져 나와 거리로 대피한 주민 중에는 실신해 긴급 후송되거나 울음을 터트리며 서로 부둥켜안고 위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17년 9월 7일엔 규모 8.2 지진이 남부 치아파스 일대를 뒤흔들어 99명이 숨졌다. 이틀 새 482차례의 여진도 있었다.
2021년 9월 7일에도 게레로주 아카풀코 인근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관측돼 1명이 숨지고 크고 작은 건물 파괴와 산사태가 잇따랐다. 300㎞가량 떨어진 수도 멕시코시티 시민의 대피 행렬도 이어졌다.
이 시기 멕시코 일간 엘피난시에로는 "멕시코시티 주민에게 9월은 지진과 동의어가 된 것 같다"고 표현한 바 있다.
실제 멕시코에서는 9월을 뜻하는 스페인어 '셉티엠브레'(septiembre)를 '셉티엠블레'(septiemble)라고 부르기도 한다. '티엠블레'는 '진동'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멕시코는 이른바 '불의 고리'로 명명된 환태평양 지진대(조산대)에 걸쳐 있다. 이 때문에 평소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다만, 유독 9월에 대지진이 이어진 '패턴'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예측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는 게 현지의 공통된 시각이다. 수년 또는 수십 년 간격으로 같은 날짜에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는 건 말 그대로 '우연의 일치'라는 뜻이다.



멕시코 당국은 2∼3년 전부터 매년 9월 19일을 전국 단위 지진 대피 훈련의 날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역시 대규모 훈련이 진행됐는데, 멕시코시티의 경우 지난해보다 참석 열의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대전화 알람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관련 계약 업체와의 비리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적어도 9월에는 지진에 대한 멕시코시티의 공포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래도 별일 없겠지' 같은 인식은 이 공포와 동떨어진 듯해 보인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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