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대문명에서 AI 미래도시까지…예술-과학 잇는 'PST 아트'
폴 게티 재단 주관 특별전, LA 일대 70여곳서 내년 2월까지 개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나는 화학자이자 식물학자이고 농부이며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만난 특별전 참여 작가 포르피리오 구티에레스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폴 게티 재단이 주관하는 대규모 미술축제 'PST 아트'의 일환으로 LACMA에서는 '메소아메리카 미술 속 색의 성질'(The Nature of Color in Mesoamerican Art)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린다.
멕시코계 미국인 작가인 구티에레스는 옛 아스테카 제국의 수도였던 멕시코 테노치티틀란 원주민의 후예다.
그는 아스테카 제국을 중심으로 번창한 메소아메리칸 예술의 명맥을 이어 전통 기법으로 자연 재료에서 염료를 채취하고 직물을 염색해 작품을 만든다.
메소아메리칸 예술은 자연염료를 통해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의 고유한 색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구티에레스 작가는 빨간색 염료를 채취하는 벌레 코치닐의 기원을 알리기 위해 코치닐이 기생하는 선인장을 벽에 주렁주렁 매달아 전시했다.
그는 "색은 자연에서 나온다. 그 계절에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등 기후와 자연의 모든 것이 색채에 영향을 준다"며 "예술가는 (색의 원료가 되는) 재료의 계절성과 생태계를 이해해야 하는 과학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LACMA에서 메소아메리칸 공예·회화 등 예술 작품을 '색'에 집중해 선보이는 것은 '예술과 과학의 충돌'(Art & Science Collide)이라는 'PST 아트'의 보편적인 주제를 한 시대와 공간에 천착해 구체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게티 재단의 지원으로 LA 일대와 샌디에이고까지 남부 캘리포니아 주요 미술관·박물관에서 오는 1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열리는 'PST 아트'는 인류 역사에서 그동안 예술과 과학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는지 다각도로 탐구한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LA의 대표적인 공공 미술관 중 하나인 LACMA는 미 대륙의 고대 문명에서 나타난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연구하는 데서 시작해 현대 예술에 접목된 디지털 기술과 우주과학 이론을 소개하는 전시도 마련했다.
생성형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통해 1분마다 업데이트되는 뉴스 이미지를 수백 가지 형태로 조합해 보여주는 그래픽 아트 작품 '웨이워드'(Wayward)와 다중우주 이론을 형상화한 조명·디자인 작품 '아일랜드 유니버스'(Island Universe) 등이 전시됐다.
'웨이워드'의 작가 대니얼 캐너거는 "1960∼1970년대 플럭서스 운동(전위 예술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당시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자신이 받은 인상을 점증시킨 것처럼, 우리도 비슷한 접근 방식을 통해 이 시대의 디지털 증인이 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LA 웨스트 할리우드의 퍼시픽디자인센터(PDC) 갤러리와 남부 캘리포니아 건축연구소(SCI-Arc)에서는 '지구 도시의 풍경'(Views of Planet City)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
지구상의 모든 인구를 하나의 초밀집 메갈로폴리스 안에 수용해 지속 가능한 도시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상상한 조형·디지털·영상 작품들이 기획됐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수직 정원을 입체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가상의 이미지로 구현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LA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은 '사이버펑크: 영화를 통해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기'라는 주제로 상징적인 SF영화인 '블레이드 러너'(1982), '트론'(1982), '매트릭스'(1999) 등의 제작 자료와 의상, 소품 등을 활용한 시각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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