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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페어링 분리' 성공…민간 소형 발사체 개발 현장 가보니
이노스페이스, 내년 3월 '한빛-나노' 첫 상업 발사 추진
김수종 대표 "로켓랩보다 단가 낮아…고객 희망 시점 발사가 강점"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9일 충북 청주 이노스페이스[462350] 청주사업장. 길이 2.6m, 지름 1.4m 크기의 발사체 상단 끝에 장착되는 부품인 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이 조립된 채 검고 매끈한 동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셋, 둘, 하나' 구령 소리가 끝나자마자 펑 소리와 함께 페어링이 정확히 두 동강 나며 양쪽으로 갈라져 그물망으로 떨어졌다. 두 동강 난 페어링이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모습으로 양쪽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 마치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이번에 성공한 페어링 분리 시험은 전체 발사체 개발 단계에서 거의 막바지에 달성해야 하는 기술적 단계"라며 "내년 3월 상업 발사를 위한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날 기자들에게 페어링 분리 시험과 함께 개발 중인 한빛 발사체를 공개했다.
페어링은 우주 발사체에 실은 위성 등 탑재체를 발사 중에 발생하는 공기저항이나 진동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덮개로, 분리를 통해 떼어내야 발사체 무게를 줄이고 위성이 우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페어링은 양쪽으로 동일하게 분리돼야 안정적으로 발사체를 유지할 수 있는데, 최근 시험을 통해 이를 포함해 분리 장치 반응성, 스프링 구조 작동성 등을 모두 검증했다고 이노스페이스는 설명했다.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페어링은 누리호처럼 페어링을 분리할 때 화약을 쓰던 기존 방식과 달리 공기압력을 이용해 연결 부위를 끊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계약상 공개할 수 없는 국내 연구기관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했으며, 분리 과정에서 발사체와 탑재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페어링 분리 시험이 진행된 바로 옆 동에는 지난해 3월 이노스페이스가 준궤도 발사에 성공한 시험발사체 '한빛-TLV'의 개발 모델이 전시돼 있었다.
이노스페이스는 한빛 TLV 성공을 바탕으로 길이 21.8m, 지름 1.4m 크기 발사체로 90㎏을 고도 500㎞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2단형 발사체 '한빛-나노'와 여기에 킥모터를 장착해 발사 중량을 170㎏로 높인 '한빛-마이크로'를 개발 중이다.
이중 한빛-나노는 2025년 3월 말께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첫 상업발사를 시작한다.
여기에는 브라질 마라냥 연방대학교, 브라질 카스트로레이터 컨설토리아 등의 위성과 탑재체가 실린다.
이를 위해 이달 중 한국 정부에 발사 허가를 신청할 계획으로, 이럴 경우 5월 출범한 우주항공청에 처음 발사 허가를 신청하는 발사체가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후로도 한빛-나노 3회, 마이크로 3회를 추가 발사해 내년 중 브라질과 호주 발사장 등에서 총 7회 발사할 예정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청주사업장에서 차를 타고 10분쯤 달려 도착한 세종 이노스페이스 사업장에는 기립 시험을 위한 25t 하이브리드 엔진이 서 있었다.
이노스페이스는 고체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주력으로 삼아 왔지만, 최근에는 출력을 자유롭게 조정하기 유리한 메탄 기반 액체 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메탄 엔진은 금속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해 제작하며 한빛 나노 상단부에 쓰이는 3t급 엔진과 킥모터용 0.4t 엔진 두 개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세 가지 엔진을 연소시험까지 다 완료한 상태"라며 "비행모델로 경량화해서 제작만 하면 비행체에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중 3t급 메탄 엔진은 3월 한빛-나노의 첫 발사에 바로 적용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사업장 한 동에는 고체 연료를 제작하는 공간이 널찍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2.3t 무게 고체연료 세 개가 놓여 있었다.
한빛-나노와 마이크로는 이 연료 세 개를 탑재해 사용한다.
고체연료는 대형 양초와 비슷한 성분으로 별다른 안전조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YNAPHOTO path='AKR20240909096200017_08_i.jpg' id='AKR20240909096200017_1001' title='파라핀 연료 설명하는 김수종 대표' caption='[촬영 조승한]'/>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 발사에 뛰어들 예정이며, 최근 스페이스X가 과점하면서 발사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소형위성 고객들이 원하는 시점에 발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발사 표준 단가는 한빛-나노가 1㎏당 3만3천 달러, 마이크로는 2만8천 달러이며 미니는 1만2천 달러를 표준 단가로 책정해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스페이스X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로켓랩의 계약 수준으로 알려진 ㎏당 3만7천~8천 달러보다 낮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내년 예정한 발사의 경우 아직 탑재체를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200만 달러 이상 수주잔고를 기록했으며, 현재도 계약을 검토 중이라고 그는 밝혔다.
김 대표는 "로켓랩의 경우 초창기 마이너스 계약을 해 수익 실현에 현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노스페이스가 맺은 계약은 수익을 내는 계약이다 보니 더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사체 시장이 공급자 우위 시장인 만큼 과거보다 단가를 올리는 추세"라며 수익성을 강조하고 "이노스페이스도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한 후 가격 정책도 올리는 쪽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이노스페이스를 비롯한 우주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지만 시장에서 아직 입증되지 않다 보니 의구심이 큰 것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지 않나 한다"며 "상업 발사가 내년 시작돼 본격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기타 수익인 방산 등을 통한 매출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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