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日총리 도전 고이즈미, '개혁' 승부수…경쟁자들은 경계
총리 출신 부친처럼 "성역 없는 개혁" 언급…개헌·부부별성 도입에 의욕
언론 "당내에 쇄신 바라는 기류…실행력에 대한 불안감도 있어"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이달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설 후보자 중 최연소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개혁'을 외치며 출사표를 내자 경쟁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퍼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7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전날 총재 선거 입후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이 진실로 바뀌는 것은 개혁을 압도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리더를 고르는 것"이라며 자신이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처음 입후보하는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차남이자 증조부를 시작으로 4대째 이어진 세습 정치가 일원이다.
1981년생으로 올해 43세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총리 출신 부친의 든든한 후광으로 2009년 중의원(하원)에 처음 입성해 5선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원 당선 횟수로는 중견이지만, 나이는 국회의원치고 매우 젊은 편이다.
그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면 내달 초순 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이 경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006년 52세 나이로 총리직에 오른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제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최연소 총리가 된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전날 회견에서 '개혁'을 56번이나 언급하며 "오래된 자민당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파벌 중심의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후미오 정권과 자민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염두에 두고 정치개혁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됐다.
아사히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 회견에 대해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공기를 의식해 43세라는 젊음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부친이 사용했던 용어인 '성역 없는 구조개혁'과 매우 흡사한 '성역 없는 규제개혁'을 말하는 등 개혁 이미지로 지지를 얻은 아버지를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는 "고이즈미 전 총리는 공공사업 삭감, 부실채권 처리 등을 추진했다"면서도 "시장원리주의에 기초한 개혁이 격차 확대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고 짚었다.
일본 패전일인 지난달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전날 회견에서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기 위해 보수층이 바라는 개헌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보수층 다수가 반대하는 부부 별성 제도가 인정되도록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법률은 부부가 남편이나 부인 성(姓) 중 하나만 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 부인이 남편 성을 따른다.
아울러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된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집행부에서 엄정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젊음과 개혁으로 무장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총재 선거 도전 의사를 표명하자 각 진영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주요 언론 여론조사의 차기 총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면서 정치자금 문제로 타격을 입은 당세를 회복하기 위해 젊음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환경상 재임 경험 외에는 각료와 자민당 주요 간부를 맡은 적이 없고, 가벼운 언행으로 비판받은 사례가 있다는 점은 그의 약점으로 꼽힌다.
아사히는 "정책에 대한 생각을 폭넓게 나타냈지만, 실행력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 있다"며 "연설과 토론회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정치가로서 진정한 실력이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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