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러 국영매체 RT…'9개국어 송출' 미디어전략 주축
대선 개입 이유로 보도국장 등 제재 리스트에
러 "미국 언론에 대해 가혹한 대응"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미국이 4일(현지시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한 러시아 언론인들이 소속된 RT는 2005년 설립된 러시아 국영 방송사다.
RT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방송사는 영어, 아랍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세르비아어, 중국어, 힌디어, 러시아어 등 9개 언어로 뉴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TV 채널이다.
'러시아 투데이'에서 RT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또 "러시아 연방 예산으로 공적 자금을 받는 자율적이고 비영리적인 조직"이라고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RT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줄이고 친러시아적 정책과 이익을 강화하며 미국 유권자와 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러시아 정부의 선전을 은밀히 퍼트리는 것이 목표"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방에선 다양한 언어로 제작된 RT 콘텐츠를 허위 정보 유포지로 지목하기도 한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하자 유럽연합(EU) 등 서방에서는 RT가 러시아 정부를 위해 왜곡·편향 보도를 한다며 가짜뉴스 차단을 명목으로 이 매체를 차단했다.
미국 재무부가 제재 명단에 올린 인물 중 RT 보도국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스푸트니크 통신 등을 보유한 미디어 그룹 '로시야 세고드냐'의 편집장도 겸한다.
시모냔은 타우러스 미사일로 크림대교를 타격할 가능성을 논의한 독일 군 간부들의 녹취와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의 진술 영상 등을 공개하는 등 상당한 정보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일각에서는 그를 '선전가'라고 부른다.
미국 재무부는 시모냔을 비롯한 RT 관계자들이 11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친러시아 메시지를 확산하기 위해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했다며 제재 대상에 올렸다.
RT와도 밀접한 로시야 세고드냐가 2013년 창설됐을 때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가 RT의 성공을 토대로 글로벌 정보 전쟁에서 세계 시청자를 겨냥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미디어 전략이 명확해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로시야 세고드냐와 리아노보스티, TV-노보스티, 럽틀리,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언론사의 미국 지사를 '외국 정부 기관'(foreign mission)으로 지정했다. 이들 매체를 언론사가 아닌 러시아 정부 기관으로 취급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러시아는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당국이 유권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그러한 원초적 방법에 의지한다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가 쇠퇴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리아노보스티 인터뷰에서도 "이는 명백한 작전이자 정보 캠페인"이라며 미국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계획적으로 이러한 조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연히 대응이 준비되고 있다"며 "미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대응 조치가 가혹하고 모두를 떨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국 러시아 대사는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내정간섭을 허용하지 않으며 그럴 의도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 매체에 대한 허위 비난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RT는 로이터 통신에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세 가지는 죽음, 세금, 그리고 RT의 미국 선거 개입"이라며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서방 외신들은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다수의 기자와 활동가에 대해 스파이를 의미하는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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