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잇단 공약 궤도수정…경합주·재계 의식 우클릭 '가속'
셰일가스·전기차·세금 정책 등 입장 번복…공약 후퇴 논란도
美언론 "바이든 정책과 결별 시도"…'진보세력 실망할 가능성' 고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증세와 전기차, 셰일가스 등과 관련한 공약을 잇따라 '후퇴'시키고 있다.
부유층과 공업지대인 경합주 유권자를 의식, 기존 입장을 완화하는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결별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표를 의식한 산토끼 잡기 전략으로 보이지만, 오락가락하는 모습 속에 집토끼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 계획보다 인상폭을 대폭 줄인 공약을 제시했다.
장기 보유한 주식·채권·부동산 등을 매각해 얻은 이익에 대해 내는 자본이득세의 최고세율을 현재 20%에서 28%로 올리고, 여기에 고소득자에게 추가로 부과되는 오바마 케어 기금용 부가세율을 3.8%에서 5%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해리스의 제안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실제로 내는 자본이득세율은 최고 23.8%에서 33%로 올라간다.
이는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초 공개한 계획보다 세율을 대폭 낮춘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 증세의 일환으로 자본이득이 100만달러(약 13억3천만원) 이상인 경우 세율을 39.6%로 올리겠다고 했다. 5%로 인상되는 부가세율을 더하면 최고세율은 기존의 거의 두배인 44.6%가 된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안을 지지했던 해리스 부통령의 입장 변화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 정책과의 '결별'이자 재계 및 부유층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자본이득세 인상안에 대해 악시오스는 "바이든과의 가장 분명한 단절"이라고 전했고, WSJ도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해리스) 캠페인의 가장 명확한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재계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고 평가했으며, CNN은 해리스 부통령이 경제 정책 일부 분야에서 자신을 더 중도 성향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셰일가스와 관련해서도 기존 민주당의 공약 대비 궤도를 수정했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해리스 대선캠프는 최근 공화당의 공격에 대응하는 '팩트 체크' 이메일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mandate)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때는 2035년까지 전기차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차량만 생산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이번에는 그 반대 입장에 가까운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한 2020년 대선 때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최근 이를 번복했다.
이러한 행보는 경합주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스트벨트'(rust belt·미 오대호 연안의 쇠락한 북부 공업지대)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지역 경제에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가스산업 역시 펜실베이니아주의 주요 수입원이다. 펜실베이니아주에는 이번 대선 승부를 가를 7대 경합주 가운데 가장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걸려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련의 정책 변화에 대해 "가치관은 바꾸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중시하고 친환경 에너지정책과 부유층 증세를 지지하다가 정치적 목적으로 관련 주요 공약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 내에서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진보세력을 실망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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