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에 표 몰아준 옛 동독 "우린 여전히 2등 시민"
'동서 격차→포퓰리즘 득세→고립 심화' 악순환 우려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30% 안팎 표를 몰아준 옛 동독 지역 유권자들이 동·서독 통일 35년째인 지금도 여전히 자신을 '2등 시민'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과 ARD방송의 출구조사 설문 결과를 보면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작센주 유권자의 74%, 튀링겐주는 75%가 '동독인은 여전히 많은 곳에서 2등급 시민'이라고 답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 지지자 중에서는 이같이 답한 비율이 작센 86%, 튀링겐 84%로 평균보다 높았다.
'정치·경제를 서독인이 여전히 너무 많이 지배한다'(작센 74%, 튀링겐 75%), '서독과 동독의 문화와 사고방식은 다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작센 76%, 튀링겐 75%) 등 동서 격차에 대한 다른 질문에도 유권자 4명 중 3명꼴로 동의했다.
'2등 시민'을 스스로 인정한 유권자 비율은 5년전 주의회 선거 때보다 5%포인트 가량 늘었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동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 통일비용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경제적 격차와 정서적 괴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센과 튀링겐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이 사실상 독주하고 옛 공산당을 일부 계승한 좌파당과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이 제2당 자리를 놓고 다퉜다.
그러나 AfD가 반(反)이민과 반유럽연합(EU), 독일 우선주의를 내걸고 옛 동독의 소외감을 집요하게 공략하면서 2013년 창당 이후 10여년 만에 옛 동독 5개주에서 모두 지지율 1∼2위 자리까지 올랐다.
급진좌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의 부상도 같은 맥락이다. BSW는 엘리트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아온 좌파당에서 분당한 뒤 창당 8개월 만에 작센·튀링겐에서 모두 지지율 10%를 넘겨 3위로 부상했다.
BSW 역시 과도한 이민 제한, EU 영향력 축소,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등 AfD와 유사한 정책을 내걸었다. 포퓰리즘 성향으로 분류되는 두 정당의 득표율 합계는 작센 42.4%, 튀링겐 48.6%로 절반에 육박했다.
튀링겐 AfD의 비외른 회케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다양성을 옹호하는 기업들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바란다"며 외국인 혐오를 부추겼다. 일각에서는 동서 격차로 반이민을 내세운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하고 그 결과 옛 동독 지역은 경제·문화적으로 더욱 고립되는 악순환을 우려한다.
옛 동독인 작센안할트주 비텐베르크에서 전력저장업체를 운영하는 다니엘 하네만은 시사매체 슈피겔에 "많은 기업이 더 이상 동독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도 극단적인 경우 회사 위치를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며 "동독의 탈산업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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