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리다 칼로 박물관장 "한-멕시코 작품·작가 교류의 첨병될 것"
프리다 칼로의 생가를 박물관으로…"많은 한국인 방문 기대…한국어안내 추진"
'파란 외벽 건물' 멕시코시티의 랜드마크…아름다운 정원 산책이 '백미'
고통 속 창작 이어간 작업실·침대·이젤 고스란히 보관…매년 50만명 방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아름다운 동네 중 한 곳인 코요아칸(Coyoacan)에는 외벽을 파란색으로 칠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유려한 건물이 있다.
독특한 화풍으로 20세기 세계 미술사를 수놓은 주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생가이자 그의 이름을 딴 박물관이기도 한 이곳은 휴관일을 제외하곤 1년 내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페를라 라바르테 박물관장은 경내 정원에서 가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저희는 찾아오는 모든 관객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향후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말했다.
벽 색깔에서 유래한 '카사 아술'(파란 집)이라고도 불리는 이 박물관은 프리다 칼로 47년 인생 중 35년(1929∼1954)간 이어진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소아마비, 치명적인 교통사고, 30번 넘는 수술과 유산, 멕시코가 낳은 또 다른 거장 화가이자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의 여성 편력 등 일상을 짓누르던 고통 속에서 대담하고 솔직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간 공간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캐노피 지지대에 거울을 설치해 누워서도 자신을 비추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침대, 멕시코 전통 문양과 화려한 색감으로 꾸며진 의류, 손떼 묻은 이젤과 물감, 화장품,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 원본 등도 만날 수 있다.
라바르테 관장은 "프리다는 멕시코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멕시코 그 자체의 유산이자 가장 가치 있는 예술의 일부인 프리다 칼로 그 자체를 보존하고 전시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예술을 통해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프리다의 스토리는 감동적이면서도 그가 왜 이렇게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며 "무엇보다도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은 많은 울림을 준다"라고도 역설했다.
라바르테 관장은 이번 달 한국∼멕시코 직항편 재개설로 한국인 관람객 발길이 더 잦아지길 고대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 박물관은 접근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살피고 있고, 대사관·한국문화원과 소통하며 한국어를 사용하는 대중을 위한 활동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적 있다는 라바르테 관장은 프리다 칼로 한국 전시와 한국 작가 교류 등 협업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프리다 작품 일부를 한국에 보여줄 수 있다면 매우 환상적일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라바르테 관장은 "한국의 친구들이 멕시코에 와서 불멸의 존재가 된 많은 작품과 물건을 보고 프리다가 거닐었던 장소를 직접 걸어보는 것도 당연히 추천한다"며 "각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순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프리다 칼로 박물관에는 매년 50만명 넘는 이들이 방문하고 있다.
보통 온라인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평일엔 최소 몇 주, 주말의 경우엔 한두 달 전에 이미 거의 매진된다.
특히 프리다 칼로가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 직접 단장한 정원을 산책하는 것은 작품 감상만큼이나 인상적인 '박물관 방문의 백미'로 꼽힌다.
라바르테 관장은 "프리다의 생활 공간과 그의 작품을 수많은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옆에 한국인 관람객이 있다면 꼭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픈 작품'에 관해 묻는 말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콕 짚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첫 번째 자화상 유화와 숨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그린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를 언급했다.
라바르테 관장은 "특히 '비바 라 비다'는 여러 형태의 미려한 수박들을 통해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메시지"라며 "우리 모두에게 매우 고무적인 감정을 선사한다고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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