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군사협력 깊어지는데…유엔대북제재 '감시탑' 4개월째 부재
대북제재위, 안보리서 활동보고 회의…전문가패널 해산 후 두번째
황준국 대사 "제재위반 실상 지속해 알려야 사태악화 막을 수 있어"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북러 군사협력으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해진 가운데 유엔 내부에서 대북 제재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전문가 기구의 부재 상황이 4개월째 지속되고 있어 감시 공백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공식 협의를 열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활동을 보고받고 관련 논의를 벌였다.
안보리 비공식 협의는 안보리 이사국만 참석할 수 있는 비공개회의다.
대북제재위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의해 설립된 안보리 산하 기구로, 위원회 의장국(현 스위스)은 90일마다 주기적으로 활동 내용을 안보리에 보고해야 한다.
이날 의장국 보고는 지난 5월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한 후 두 번째로 이뤄졌다.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위원회를 보조해 제재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감시탑' 역할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을 반대하면서 5월 1일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북한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위배하며 무기거래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감시하고 유엔 내부에 관련 정보를 공유할 전문가 패널의 부재는 안보리의 정상적인 역할 수행에 그 어느 때보다 큰 타격이 되고 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의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를 향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엄숙한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불법 무기거래를 중단함으로써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서도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공모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장하며 유럽과 동아시아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국제정세 상황에서 이날 비공개 협의에서도 안보리 전문가 패널 역할을 대신할 대체 메커니즘의 필요성에 관한 이사국의 의견 표명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사는 이날 비공식 협의 후 기자와 만나 "전문가 패널이 사라진 상황에서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할 대체 메커니즘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두고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패널 존속을 두고 상임이사국 간 견해 차이가 있다 보니 안보리 내에서는 대체 메커니즘 관련 논의가 구체화하거나 진전을 보이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미일과 서방국을 비롯해 유사 입장을 가진 국가를 중심으로 대체 메커니즘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등은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을 초청해 안보리 브리핑 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안보리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았던 지난 6월 28일 '북한/비확산'을 의제로 브리핑 공식회의를 열고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의 조나 레프 집행이사를 초청,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사례와 관련해 브리핑을 청취한 바 있다.
황 대사는 "전문가 패널을 대신할 대체 메커니즘 마련과 더불어 안보리 회의를 통해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거래를 포함한 대북제재 위반 사례의 실상을 알리는 일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압력이 가해져야 추가적인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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