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 꺼려지고 기름값 겁난다면…'르노 그랑 콜레오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도심에선 전기차 느낌 물신
독립구동 가능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높은 실내정숙성·똑똑한 오토파킹
(부산=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르노코리아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이하 그랑 콜레오스)로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가 명운을 걸고 만든 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형 SUV를 겨냥했고, 출시에 앞서 브랜딩 전략도 바꿔가며 '젊은 프렌치 감성' 마케팅에 나섰다.
자동차 시장 분위기도 르노코리아에 긍정적이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 전망도 밝다.
지난 27일 부산공장의 미디어 시승 행사장을 찾은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은 그랑 콜레오스를 "글로벌 차량 라인업 중 시금석이 될 만한 신제품"이라고 소개하며 기대감을 전했다.
부산공장에서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나 디자인부터 살펴봤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 최초의 SUV '콜레오스'(QM5·6의 수출명)에 '그랑'(Grand)을 덧붙여 명명됐다. 넉넉한 차체 크기와 실내 공간이 돋보였다.
곳곳에서 '로장주'(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닮은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돼 르노의 DNA가 한껏 드러났다.
중앙의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위로 갈수록 다이아몬드 패턴 크기가 작아지는 안정적인 디자인을 채택했고, 전·후면의 번호판 주변과 범퍼에도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됐다.
또 그릴의 경계를 없애 전면부 얼굴의 일체감이 더해져 세련미가 돋보였다.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리브랜딩 후 르노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디자인이었다.
실내로 들어가 보니 12.3인치의 대형 스크린 3개가 시선을 끌었다. 각각의 디스플레이는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앞 디스플레이 화면을 볼 수 없도록 해 안전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조수석에 앉아 비치된 보스 QC 울트라 헤드셋을 연결해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FLO(플로) 등을 구동해봤다. 최신 안드로이드 OS가 적용돼 다양한 앱을 연달아 작동해도 끊김이 없었다.
동승자는 헤드셋을 통해 별도의 사운드를 즐기고, 운전자는 스피커를 통해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운전자는 주행을 방해받지 않고, 조수석에서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중앙 디스플레이 구성은 다소 복잡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주행 중 통풍 시트 버튼을 찾기가 어려워 동승했던 기자의 도움을 받아서야 켤 수 있었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통영, 거제까지 약 165㎞ 거리를 달리는 코스였다.
운전을 시작해 부산 도심을 빠져나갈 때까지 하이브리드차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배터리 동력만을 이용한 주행이 이어졌다.
실제로 그랑 콜레오스를 개발한 한 엔지니어는 "하이브리드지만 최대한 전기차에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세팅했다"며 "대체로 엔진이 모터를 서포트한다고 느꼈다면 의도한 대로 느낀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돼 전체 도심 주행거리의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운행할 수 있다. 회생제동은 3단계 중 하나로 설정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제동 수준을 조절하거나 연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더니 조금씩 엔진이 모터의 추진력을 받쳐주면서 동급 최대 245마력의 시원한 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실내 정숙성도 뛰어났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도 바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랑 콜레오스에는 엔진, 타이어,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반대파를 발생시켜 이를 상쇄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이 동급 모델 최초로 탑재됐다고 한다.
그랑 콜레오스는 대체로 똑똑한 차였다. 디스플레이 조작이 어려운 대신 음성 인식의 정확도가 높아 시승 중 이 기능을 많이 활용했다.
"아리아, 에어컨 최대로 틀어줘"라고 말하자 에어컨 온도가 낮게 설정되고 바람의 세기가 커졌으며, 기능이 켜진 도중 동승한 기자에게 작게 속닥이는 내용조차 정확하게 감지해냈다.
주행 모드 중 AI 모드를 선택하면 운전자의 운전 스타일과 패턴, 차선 및 슬로프를 따라 자동으로 주행 모드가 변경됐다. 급격한 언덕길을 올라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알아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주는 식이다.
오토 파킹 시스템도 그랑 콜레오스의 스마트한 면모가 돋보이는 기능 중 하나다. 알아서 주차할 공간을 찾아주고, 원하는 주차 공간을 선택하면 차량이 페달 및 핸들 조작을 해주는 기능이다.
사람 혹은 차가 많은 복잡한 환경에서는 오토 파킹 모드가 혼자 꺼지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주차 환경이라면 대체로 정확하게 주차를 해냈다. 운전이 미숙한 이들에겐 꽤 유용할 것 같았다.
<YNAPHOTO path='AKR20240829153600003_04_i.gif' id='AKR20240829153600003_1101' title='오토 파킹 시스템 시연하는 엔지니어' caption='[르노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주행을 마치며 확인한 연비는 L당 11.8㎞였다. 복합 공인 연비 L당 15.7㎞보다 다소 못 미쳤지만, 대체로 스포츠 모드로 주행한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기록이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기에 선뜻 전기차를 택하기 어렵지만 높은 연비 효율과 풍성한 편의기능을 원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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