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독자경영 선언…그룹 경영권 분쟁 재격화
신동국 등 3자 연합, '전문경영인' 체제 시동…임종윤·종훈 형제 대응 나서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128940]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별개로 '독자경영'을 선언하면서 그룹 경영권 분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장녀 임주현 부회장 및 개인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미약품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을 시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룹 지주사 경영권을 가진 임종윤·종훈 형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29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약품이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이사 중심의 독자 경영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사이언스 종속회사로서의 경영이 아니라 한미약품만의 독자적 경영"을 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전날 오후 박 대표 명의 인사발령을 통해 인사팀과 법무팀 등 신설과 담당 임원 선임을 공지했다.
그동안 한미약품에는 별도 인사 조직이 없었고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해당 업무를 맡아 왔는데, 조직 신설을 통해 그룹과 별개로 인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미약품은 이날 인사조직 외에도 독자 경영을 위해 필요한 여러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한미약품그룹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회장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이하 3자 연합)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첫 시작"이라고 명시해 이 같은 계획이 3자 연합의 뜻에 따른 것임을 나타냈다.
한미약품은 현재 이사회 정원 10명 가운데 박 대표를 비롯해 송 회장이 지주사 대표로 있던 시기 선임된 이사가 6명이다.
올해 초 임종윤·종훈 형제가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이후 자신들을 포함해 4명을 새로 한미약품 이사로 선임했지만, 당시 함께 선임된 이사 가운데 신동국 회장도 포함돼 있어 현재 약미약품 이사회 구도는 7대 3 정도로 3자 연합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3자 연합이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확대 재편하려는 시도와 별개로 한미약품의 경영 체제를 분리해 먼저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이날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중심 독자 경영 성과가 지주회사 등 전사의 선진적 경영 구조 확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그룹 차원의 경영권 재편 시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또 "한미의 시작과 끝은 임성기 선대회장의 '신약개발 철학'이 돼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양질의 의약품 개발 등 한미만이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분야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장한 의약품 CDO(위탁개발), CRO(임상 대행) 등 사업영역 확대 방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임종훈 사장이 대표로 있는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박 대표가 한미약품 인사 조직 신설을 내부망을 통해 공지한 이후 1시간여 뒤 그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고 관장업무를 제조본부로 한정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가 지주사 체제를 흔들려는 항명성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경질성 발령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사내이사 측 관계자는 "법적인 지주사를 배제하고 독자 경영을 얘기하는 것은 주주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 측은 한미약품 이사회를 통해 박 대표가 한 그동안의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이사 측은 앞서 임 이사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홍콩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약품 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박 대표가 곧바로 임 이사에 대한 내부감사 착수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회사에 경제적 손실을 주고 신인도를 해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대표가 한미약품 이사회 결의 없이 독자적으로 자신을 한미약품 자회사인 북경한미 동사장(이사회 의장)에 임명했다며 정관 위반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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