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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체면치레 이어 이란 대이스라엘 보복도 온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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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체면치레 이어 이란 대이스라엘 보복도 온건할 듯"
설욕·확전 딜레마 골머리…지도부 어조엔 강경론 점점 퇴색
'저항의 축' 총공세 접었나…"제재해제 등 실리 찾기 나설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이어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도 온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이 경제 제재 해제처럼 외교로 얻을 수 있는 실리를 위해 강경 대응을 자제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목격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은 올해 8월 내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던 사안이었다.
이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수도 테헤란을 찾았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에 암살당하자 복수를 공언했다.
자국 영토 심장부에서 보안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귀빈이 살해됐다는 점은 이란에 단순한 주권 침해를 넘어서는 굴욕이었다.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까닭에 설욕 없이 방치하면 대외정책에도 불가역적 타격을 줄 사안이었다.
온건하게 물러서면 내외의 역풍을 맞고 강경하게 대응하면 파멸적 결과가 뒤따를 수도 있는 확전을 촉발할 딜레마가 이란에 닥친 것이었다.
그만큼 이란은 이스라엘에 '피 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강경한 어조로 일단 보복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에 이어 중동에 또다른 전면전이 발생할 공포에 떨었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내 '저항이 축' 구성원들이 총동원돼 이스라엘에 협공을 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저항의 축' 일원인 헤즈볼라의 독자적 보복이 이뤄진 뒤 바뀌기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25일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과 드론 320여발을 발사하는 보복을 단행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이 보복 낌새를 눈치채고 공격 시설의 상당 부분을 선제타격한 뒤에 이뤄진 김빠진 무력행사였다.
이스라엘의 피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양측은 서로 승리를 주장하며 충돌은 그대로 일단락됐다.
헤즈볼라의 보복이 절제된 정황 속에 독자적으로 이뤄진 데다 '성공적 작전'이라는 자평 속에 서둘러 봉합됐다는 점이 주목됐다.
확전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으며 거기에는 자제를 권하는 이란의 입김까지 들어간 것으로 관측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어정쩡한 결과가 시사하는 게 있다"며 "헤즈볼라와 이란이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되 확전을 촉발하지 않을 더 나은 방안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지도부의 어조가 하니예 암살 직후와 비교할 때 점점 온건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란이 대안이 없어 강경 대응을 망설인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일단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최근 보복을 탄원하는 순례자들에게 "복수에 대한 희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방식에 대한 발언은 애초 국제사회가 우려한 '저항의 축' 총공세와 같은 대규모 무력행사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3∼26일 각국 외교장관들과 연쇄 전화통화에서 '정확하고 계산된 보복'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정확성이 뭔지, 계산이 뭔지는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구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이 의식하는 중대 계산 중 하나가 미국을 분쟁에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면 최근의 태도 변화는 미국의 무력시위를 앞세운 확전 억제 노력이 모종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대비해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하는 등 중동 내 병력 배치를 늘린 바 있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친이란 무장세력의 대이스라엘 동시다발 총공세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는 26일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순교자 하니예의 피에 대한 '저항의 축'과 이란의 복수는 확실하다"면서도 "이란은 복수를 스스로 결정하며, 저항의 축은 개별적으로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최종 결정권자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입에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발언이 나왔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기를 드는 것만이 대응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응이라는 것은 바르게 생각하고 적합하게 말하며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면서 정확하게 표적을 타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을 두고 이란이 올해 4월 이스라엘에 미사일, 드론 수백발을 날린 것과 같은 대응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케네스 매켄지 전 미군 중부사령관은 NYT에 이란이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있는 외교시설 같은 '소프트 타깃'을 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경제난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간절히 바라는 만큼 보복 수위를 낮춰 실리를 얻으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7일 국영TV에 나온 영상에서 '적과 논의하는 데에는 장애물이 없다'고 이란 정부에 말했다.
이는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불확실하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과 대이란 제재 해제를 의제로 하는 협상을 가리키는 신호로 관측되기도 한다.
마하 야야 카네기재단 중동센터 소장은 NYT에 "이란은 매우 실용적"이라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이용해 이익을 볼지 궁리하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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