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좌파 집권 걸림돌 극좌당 '정부 운영 불참' 시사
범여권·우파의 '좌파 내각 불신임 투표' 경고에 새 제안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총선에서 1위를 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총리 자리를 요구해 온 좌파 연합의 주축인 극좌 정당이 정부 운영에 불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집권 여당과 우파가 극좌 정당이 참여하는 내각엔 불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압박하자 '정부 불참' 카드를 제시하며 역공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에 따르면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전날 TF1에 출연해 여당과 우파에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 당 출신이 좌파 정부 각료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불신임 투표를 하지 않고 좌파 연합의 공약을 이행하도록 허용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당신들이 여기에도 '안 된다'고 한다면, 당신들이 원하지 않는 건 LFI 장관이 아닌 좌파 공약이라는 것"이라고 따졌다.
멜랑숑 대표가 조기 총선 이후 LFI의 정부 불참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4일 마크롱 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회동하고 나온 범여권과 우파 공화당 지도자들은 급진 정당 LFI의 인사가 내각에 참여하면 곧바로 하원에서 불신임하겠다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LFI는 반의회주의, 반유대주의 정당이라고 비난하며 이들은 정부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그동안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이에 당사자인 LFI가 좌파 내각 구성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육참골단'이라고 할 수 있는 불참 카드를 꺼내 들며 공을 마크롱 대통령과 반대 진영에 던진 것이다.
LFI와 연합한 좌파 정당들은 멜랑숑 대표의 제안에 대한 답변하라고 독촉했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AFP와 인터뷰에서 "멜랑숑 대표의 발언으로 마크롱 진영은 (그들 입장에 대한) 책임에 직면하게 됐다"며 "우리는 여당과 중도 진영의 답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멜랑숑은 좌파가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여당 등이 좌파 정부 반대 "구실"로 삼아 온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적었다.
그러나 멜랑숑 대표 발언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르몽드는 지적했다.
그가 좌파 정부를 세우기 위해 진지하게 정부 참여를 포기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진영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고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작전인지 아직은 모호하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4일에 이어 26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지도자들과 상·하원 의장을 차례로 면담한 뒤 총리 임명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다만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추가 논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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