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소형차 단점 개선한 캐스퍼 일렉트릭…전기차 캐즘 뚫을까
넓은 실내공간, 기대 뛰어넘는 주행성능·승차감 장점… 정숙성 아쉬워
(고양=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현대차가 야심 차게 출시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지난 2021년 국내 최초 경형 SUV로 세상에 나왔던 캐스퍼는 침체했던 경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큰 인기를 끌었고, 전동화 전환을 맞아 체급을 올린 소형 전기 SUV로 새롭게 고객을 만난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등 악조건을 뚫고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가 모인다.
지난 20일 경기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비자림 카키매트 색상의 캐스퍼 일렉트릭은 한 눈에도 기존 캐스퍼보다 커 보였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캐스퍼보다 전장(길이)과 전폭(너비)이 각각 230㎜, 15㎜ 늘었고,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축간거리(휠베이스)는 180㎜나 길어졌다.
그 결과 '이것이 캐스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넓은 실내 공간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특히 뒷좌석은 키 165㎝의 성인 여성이 앉아도 주먹 2개는 거뜬히 들어갈 레그룸(앞좌석과의 거리)이 남는 등 공간이 넉넉했다.
여기에다 좌석 자체도 앞뒤로 위치를 조정하거나 등받이 각도를 조정할 수 있었다. 적재 용량도 기존 캐스퍼보다 47L 늘어난 280L에 달했다
소형차의 단점으로 지목되던 좁은 공간과 제한된 적재능력이 적잖게 개선된 느낌이었다.
일단 운전석에 앉아 파주의 한 카페까지 50㎞가량을 1시간 정도 달렸다.
전자식 변속 칼럼에 더해 충전 상태를 표시하는 픽셀 라이트가 탑재된 스티어링휠, 앞좌석 크래시패드의 앰비언트 무드램프는 보급형 전기차에서 기대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사양이었다. 내비게이션 화면도 기존 8인치에서 10.25인치로 커졌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최고 출력은 84.5kW(115마력)로, 아이오닉5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던 터라 고속주행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자유로에서 액셀을 밟아봤다.
하지만 시속 100㎞까지 부드럽게 올라가는 가속감은 소형차 같지 않았다.
소형차를 시승할 때마다 차체가 작고 가벼워 속도를 낼 때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는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런 느낌도 덜했다.
내연기관 캐스퍼보다 무게가 300㎏가량 더 나가고, 배터리 탑재로 무게중심이 낮은 것이 이유인 듯싶었다.
보급형 전기차지만 기본 기능은 다 있었다.
주행모드 중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니 차는 더욱 가볍게 나아갔다.
전방 차량 흐름, 운전자 감속 패턴 등을 바탕으로 회생 제동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 시스템까지 추가돼 정체 구간에서 주행 가능 거리가 크게 줄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장 큰 장점은 승차감이었다.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소형차 특유의 튀는 느낌을 각오했는데 생각보다 충격이 크지 않았다. 서스펜션 측면에선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인 쇽업쇼버 밸브를 업그레이드한 것이 주효했다.
다만 정숙감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이전 캐스퍼 일렉트릭 테크데이에서 위치와 면적을 개선한 제진재로 타이어와 서스펜션 진동에 따라 실내로 방사되는 저주파 소음을 줄였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여전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사가 만든 49kWh 배터리를 탑재돼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315km로 끌어올렸다.
1주일에 한 번만 충전하면 평일 출퇴근을 모두 소화하거나 서울에서 광주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시승을 시작할 때만 해도 260㎞였던 주행 가능 거리는 50㎞ 남짓 달리니 215㎞ 정도 남아있었다.
소형차의 대표적 장점이기도 한 전비는 6.0㎞/kWh를 가리켰다. 공식 전비보다 높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시승하니 소형차의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극대화한 전기차를 만들려는 현대차의 노력이 엿보였다.
현대차는 서울 시청역 역주행, 인천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등을 고려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캐스퍼 일렉트릭에 탑재했고, 시승 전 이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먼저 현대차 배터리셀개발실 김동건 실장은 시승 전 현대차의 배터리 사전진단 시스템을 설명하며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배터리 문제를 감지하면 출력제한과 재시동 금지, 충전 종료 등의 조처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울러 고객에게 알림을 통해 정비를 유도하거나 긴급출동 안내한다고 덧붙였다.
또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전후방 1m 이내 장애물이 있는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빠르고 깊숙하게 밟을 경우 이를 운전자 의지와 상관없는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해 구동력과 제동력을 제어하는 충돌 방지 기술이다.
시승 전 시연차량을 타고 공기인형 장애물을 향해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으니 설명대로 차가 스스로 멈추며 충돌을 피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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