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中 철강산업, 공급 초과에 '혹독한 겨울'…수출 확대
중국발 물량에 세계 각국 부담…덤핑 문제 제기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세계 1위인 중국의 철강 산업이 공급 초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CNBC는 21일 중국 철근 가격이 t당 3천208위안으로 올해 들어 20% 이상 하락했다고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 인포메이션 데이터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팩트세트 데이터에 따르면 강철의 핵심 소재인 철광석 가격은 올해 28% 이상 떨어졌다.
최근 세계 최대 철강 생산업체 바오우 스틸의 후왕밍 회장은 중국 철강산업이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철강 생산량이 연간 10억t 이상으로 세계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바오우 스틸의 생산량만 따져도 연 1억3천만t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BMI의 상품 분석 담당자인 사르빈 초우두리는 "철강산업 경기 하강은 주로 부동산 부문 부진 때문이며, 부동산 경기 둔화는 여러 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시아 태평양 기본소재 연구 책임자인 매티 자오는 "철강업체가 수요 약화 영향으로 이윤 압박을 받고 있다"며 "매우 약한 중국 부동산 시장 분위기로 인해 수요 감소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티는 이달 보고서에서 중국 굴삭기 판매가 전년에 비해 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굴삭기 판매는 통상 건설활동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는 약해지고 있다.
호주 코먼웰스 은행의 비벡 다르는 "올해 중국의 제철소 이윤이 최저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철광석 가격에 더 큰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7월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량은 8천294만t으로 전월 대비 9.5% 감소하고 작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전했다.
올해 들어 중국의 강철 생산량은 6억1천372만t으로 작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
로이터통신은 철강 부문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비공식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생산이 더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연간 강철 생산량은 10억5천만t으로 2020년(10억7천만t)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컨설팅업체 마이스틸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생산자 중 단 5%만 수익을 내고 있다.
살길을 찾아야 하는 중국 철강업체들은 가격을 높여 받기 위해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시티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중국에서 순수출된 철강은 5천710만t이고,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전체 철강 순수출이 작년 대비 17%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밀어내기식 철강 수출 확대는 세계 다른 지역에 부담이 되고 있다.
세계 2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마진이 매우 작다"며 "중국이 공격적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일부 국가는 중국을 향해 덤핑 혐의를 제기했다고 CNBC가 전했다.
태국은 최근 중국산 열연 강판 코일에 반덤핑 관세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인도도 지난해 9월 특정 중국산 강철에 5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철강 노조 연설에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인상을 촉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15년과 2016년 철강 위기 때는 이 문제가 유럽과 미국에서 정치적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운동 때 중국산 저가 수입품 공세를 막겠다는 공약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뱅크오브아메리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철강 수출의 26%를 동남아시아 5개국(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이 흡수했으며 이어 한국이 9%를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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