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포스트 기시다' 경쟁 본격화…"유력후보 없어 혼전"
10명 안팎 총재 선거 입후보 의욕…'추천 의원 20명 확보'가 첫 과제
日언론 "아소·스가·기시다·4선 이하 의원들이 결과 좌우" 분석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포스트 기시다'를 노린 잠룡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가 없어 초반 판세는 혼전 양상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총재 연임 포기 의사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당내 유력 정치인들이 전날 잇따라 총재 선거를 겨냥해 의욕적 발언을 내놨다.
2021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와 경쟁했던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외무상과 방위상을 지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언젠가 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도 회견에서 "총재 선거에 나가야 한다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며 "절실한 마음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진지하게 들으려 한다"고 밝혔다.
2021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지지를 받았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전날 야스쿠니신사 참배 후 취재진에 "동료와 힘을 합쳐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 해 다음 세대에 넘겨준다는 사명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나타낸 인물은 없지만, 일본 언론은 입후보 가능성이 있는 의원을 대략 10명 정도로 보고 있다.
고노 디지털상, 사이토 경제산업상,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외에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40대 정치인 중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려면 국회의원 추천인 20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후보가 난립하면 그만큼 의원을 모으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요미우리는 세대교체를 원하는 당내 중견·신진 의원 일부가 지지하는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 측이 추천인 20명을 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총재 선거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기존 파벌 대부분이 해산한 상황에서 진행돼 의원 간 합종연횡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망했다.
아울러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파벌 해체에도 유력 정치인이 총재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신문은 유일하게 파벌을 존속시킨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기시다 정권에서 비주류 핵심이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의원 40여 명이 속한 파벌을 이끌었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4선 이하 중의원(하원) 의원 등 4개 세력이 총재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의원 50여 명이 속한 '아소파' 파벌 수장인 아소 부총재 움직임을 현지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아소 부총재의 확실한 지지 의사를 얻지 못해 총리 연임을 포기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고, 모테기 간사장도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의사 표명 이후 아소 부총재에게 지지를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총재 선거 일정이 정해지는 내주 이후 출마 표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포스트 기시다' 경쟁으로 뜨거운 여름이 되리라고 내다봤다.
자민당은 내달 20∼29일에 차기 총재를 뽑아야 하며 그중 20일과 27일에 선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새 총재로 선출된 인물이 총리가 된 직후 자민당 지지율이 올라가면 올가을 중의원을 조기에 해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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