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바나나 멸종 위기로 내몬 치명적 곰팡이병 약점 찾았다"
美 연구팀 "캐번디시 바나나 파나마병 곰팡이 독성 유전자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전 세계 상업용 바나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품종인 캐번디시 바나나를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는 치명적 곰팡이병(파나마병)을 일으키는 푸사리움 곰팡이의 약점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파나마병 원인 곰팡이인 '푸사리움 옥시스포룸 큐벤스 TR4(Foc TR4)'의 바나나 침투와 독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조 유전자 2개를 찾아냈다며 이를 이용하면 Foc TR4 확산을 막거나 통제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UMass Amherst) 마 리-쥔 교수팀은 17일 과학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서 현재 캐번디시 바나나에 확산하는 Foc TR4는 1950년대 바나나를 전멸시킨 균주가 진화한 게 아니며, 이 곰팡이의 독성은 산화질소(NO) 생성 관련 보조 유전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아직 통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Foc TR4의 확산을 늦추거나 퇴치할 수 있는 전략적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1950년대까지 가장 널리 재배되던 그로 미셸(Gros Michel) 바나나는 푸사리움 곰팡이가 일으키는 시듦병인 파나마병 탓에 기능적으로 멸종했다. 기능적 멸종은 한 종의 개체 수가 너무 적어져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재배되는 바나나는 대부분 그로 미셸종 멸종 후 개발된 병충해에 강한 캐번디시종이다. 캐번디시는 40여년간 바나나 대부분을 공급하는 단일 종으로 자리 잡았으나 1990년대 들어 Foc TR4에 의한 새로운 파나마병이 동남아에서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로 확산하면서 멸종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1950년대에 그로 미셸종 바나나에 시듦병을 일으켜 전멸시킨 푸사리움 곰팡이 균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수집한 푸사리움 옥시스포룸(Foc) 곰팡이 36종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비교했다.
그 결과 캐번디시 바나나 시듦병을 일으키고 있는 Foc TR4는 그로 미셸 바나나를 멸종시킨 곰팡이 균주가 진화한 게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Foc TR4는 곰팡이 내에서 산화질소(NO)의 생성과 해독 작용을 담당하는 보조 유전자 2개를 이용해 캐번디시 바나나에 침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보조 유전자 2개의 작용이 곰팡이가 캐번디시 바나나에 침투하는 과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두 유전자를 제거하면 Foc TR4의 독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용 장 박사는 "산화질소 생성 관련 보조 유전자들이 Foc TR4 독성의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며 "이들 보조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Foc TR4 확산을 늦추거나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인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Microbiology, Li-Jun Ma et al., 'Virulence of the banana wilt-causing fungal pathogen Fusarium oxysporum tropical race 4 is mediated by nitric oxide biosynthesis and accessory genes', http://dx.doi.org/10.1038/s41564-024-01779-7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