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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공개' 美초교 총기참사 현장기록에 늑장대응 정황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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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공개' 美초교 총기참사 현장기록에 늑장대응 정황 고스란히
"죽고 싶지 않아요" 다급했던 SOS 등 담겨…유족들 다시금 분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주변에 죽은 사람들이 많아요. 제발, 죽고 싶지 않아요. 저희 선생님이 죽었어요."
지난 2022년 5월 24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경찰관 등의 늑장 대응이 이 문제가 된 가운데 관련 정황이 그대로 담긴 자료가 2년 만에 공개됐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 경찰 등 법 집행기관에 소속된 요원 총 376명이 출동해 있었지만, 총격범이 교사와 어린이들에게 계속해서 총격을 가하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지난 6월말 현장에서 늑장 대응으로 참사를 키운 경찰관들이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바 있다.
AP통신이 유밸디 시 당국을 상대로 한 정보 공개 청구와 소송을 통해 사건 당일 롭 초등학교에서 촬영된 경찰 보디캠과 CCTV 영상, 당시 신고 전화 녹음 자료 등을 확보해 10일(현지시간)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11시 33분에 돌격소총 AR-15를 들고 초등학교에 들어온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는 먼저 복도에서 총격을 가한 후 서로 연결된 4학년 교실 두 곳으로 들어가 총을 난사했다.
맨 처음 도착한 경찰관들은 이로부터 몇 분 후 학교에 도착해 교실로 접근했지만, 총격범이 총격을 가하자 물러났다.
교실 밖에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을 당시 4학년 교실에 있던 학생 클로이 토레스는 911에 전화를 걸어 작은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교실에 죽은 사람이 많다며 "제발, 죽고 싶지 않다. 우리 선생님도 죽었다"라고 호소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교실에 사람이 많이 있냐고 묻자 클로이는 "아니다. 나와 친구 몇명 뿐이다. 많은 사람이…."까지 답한 후 잠깐 멈춘 뒤 "갔다"라고 말을 이었다.
겁에 질린 교사들이 911에 신고한 내용도 공개됐다.
한 교사는 "많은, 엄청 많은 총성이 들렸다"라며 "빨리! 빨리! 빨리! 빨리!"라며 울면서 전화를 끊었고, 다른 교사는 신고 전화를 받은 직원이 조용히 하라고 하는 동안에 흐느끼고 있었다.


학교 안에 갇힌 생존자들이 911에 계속 신고하는 동안 경찰은 밖에서 기다리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범행으로부터 30분이 넘게 지난 당일 낮 12시 6분에도 유밸디 경찰은 학교 건물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해당 구역 교통을 통제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당일 낮 12시 16분에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관계자가 경찰에게 전화해 100㎞ 떨어진 오스틴에서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가고 있다며 총격 상황과 용의자, 경찰 대응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경찰 관계자는 학교 안에 사망한 학생들 몇 명과 생존한 나머지가 있으며 일부 생존자들은 인근 건물로 대피한 상태라고 답했다.
이후 경찰들은 추가 병력이 투입된 뒤인 낮 12시 48분에야 교실 진입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총격범은 낮 12시 50분에 사살됐다.
총격범 라모스가 총기난사에 앞서 자신의 할머니를 쐈고, 삼촌이 이를 보고 신고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라모스는 초등학교에 가기 직전 할머니 댁에 들러 할머니에게 총을 쏴 다치게 했다. 그 뒤 픽업트럭을 몰고 초등학교로 갔다.
이를 본 라모스의 삼촌은 911에 여러 차례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며 "(라모스가) 아이들에게 총을 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지만, 이 요청은 경찰에 라모스를 사살할 때쯤 뒤늦게 전달됐다고 AP는 전했다.
사건 당일 상황이 더 자세히 전해지자 유족들은 다시금 분노했다.
이 사건으로 사망한 우지야 가르시아(당시 10세)의 삼촌 브렛 크로스는 이번 기록이 공개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의, 책임, 투명성뿐인데 그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당시 9살이었던 조카 재클린 카사레스를 잃은 제시 리소는 "만약 그들(경찰)이 더 일찍 진입했더라면 조카를 포함한 몇몇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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